4회차 일자산, 성내, 장지, 탄천 코스
하루 전날 다이소에 가 우비를 샀다.
비가 내릴 예정이라는 안내 센터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비를 좋아하지만 16.3km나 되는 길을 우비를 뒤집어 쓴 채 걷고 싶진 않았다.
생각만 해도 꿉꿉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출발 지점인 고덕역에 내리자 비는 그쳐 있었다.
희뿌옇게 대지를 뒤덮던 미세 먼지도 사라져 걷기에 더욱 좋았다.
4회 차
이제 조원들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이름도 거진 다 외워간다.
그랬다.
처음엔 생판 모른 사람들이었다.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 외엔 이렇다 할 공통점이 없었다.
당연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횟수를 더해가며 둘레길을 걷다 보니 나눌 이야기들이 생긴다.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른 이들과 나누는 대화!
만화를 그리고 있는 내겐 꼭 필요한 일이다.
결국 만화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다.
일주일 만에 봄은 더욱 완연하여 진달래, 개나리, 산목련등이 활짝 폈다.
봄의 전령사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꽃은
시들고 파란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보고 느낀 것들을 한 번에 정리하기 쉽지 않다.
코스 별로 나누어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일자산 코스
서울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해발 134m의 산이다.
남북으로 5km 정도 길게 뻗어있는데 그 모양이 일자여서 일자산으로 불린다.
서울 둘레길은 일자산의 능선을 따라 나 있다.
흙길이 완만하게 이어져 걷기가 참 좋다.
지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길을 걸으며 습관적으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린다.
그런데 이 곳에선 지도를 그릴 수 없었다.
멀리 보이는 산이 무슨 산인지 분간이 안됐다.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행렬을 따라 걷기 바쁘다.
집으로 돌아와 지도를 보니 남한산성이 있는 남한산과 백제시대 제단이 있던 검단산 같다.
두 산 모두 한 번씩 오르긴 했는데 방향을 달리하며 보니 헷갈렸다.
일자산 일대는 행정구역상 둔촌동이다.
이 곳에 살던 고려말 문신 이집의 호가 둔촌이었던데서 둔촌동이 되었다고 한다.
행렬은 둔촌 선생의 훈교비가 있는 쉽터에서 쉬었다.
간식을 먹는 도중 직박구리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먹을 것을 달라는 것 같다.
조원 중 한 명이 과자를 주자 나무 가지 위로 날아들어 과자를 먹었다.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로 컴퓨터 폴더 이름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2 성내천
몇 년 전 누나가 서울 아산 병원에 입원을 하여 문병을
갔는데 병원 앞에 흐르는 물길이 성내천이었다.
대중 교통이 마땅치 않아 잠실나루역에 내려 타박타박 성내천을 따라 병원까지 걸었다.
그 성내천을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를 통해 다시 걸었다.
물 길 옆으로 흐르러지게 핀 벚꽃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도심 한가운데여서 이를 즐기러 온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도시 개발로 일자로 뻗어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강남 개발 이전엔 구불구불 모래톱을 키우며 흘렀을 것이다.
3. 장지천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에서 발원하여 탄천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이다.
비가 내려서 인지 물이 많았다.
성내천과 마찬가지로 물길이 구불구불 흐르지 않고 직선이다.
하천 주위로 벚나무가 심어져 환상적이었다.
물이 생각보다 맑아 몇몇 아이들은 바지를 걷고 들어가 놀았다.
비록 인공 하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청둥오리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봄 날의 서정을 불러일으켰다.
4. 탄천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는 장지천을 따라 탄천으로 접어든다.
탄천의 우리말 이름은 숯내다.
탄천 일대에 숯을 굽는 이들이 많이 살았던 듯 하다.
탄천은 왕숙천 중랑천 공릉천 창릉천 홍제천 등과 함께 한강의 주요 지류다.
10여 년 전 나는 이들 지류를 모두 자전거로 돌았다.
한강에서 물길이 끝나는 곳까지 갔다.
탄천의 상류는 복개되어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강들은 폭이 넓다.
여름철 집중적으로 비가 내려서다.
한강도 폭이 넓지만 탄천도 만만치 않다.
물길 옆으로 펼쳐져 있는 갈대숲과 초록색 잎으로 줄기와 가지를 덮고 있는 버드나무들이
볼만했다.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 5회 차는 탄천 하구에서 시작한다.
헤아려보니 사흘 뒤다.
별 일없이 잘 일어나냐할텐데 늦잠이나 자기 않을까 걱정이다.
*마치 숙제하는 기분으로 목요일이 되어서야 후기를 쓴다.
후기를 쓰지 않는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2026,4.9 서울둘레길 100인 원정대 5조 조장 정용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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