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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업/정가네소사

정가네소사 소회

by 만선생~ 2023. 12. 21.
 
 
 
불행히도 아직 나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정가네소사를 하룻만에 읽었다는 분들이 많다.
내리 세권을 다 읽었다는 분들도 적지않다.
첫 원고가 실린 뒤 책으로 나오기까지
7년 세월이 걸렸는데 하룻만에 읽었다고 할 때마다 두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고마움과 허탈함이다.
하룻만에 다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해서
읽게 만들었으므로 작가로서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내 만화를 본 사람들이 평하기를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고 한다.
메세지가 무엇이든간에 읽힌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세상엔 읽히지 않게 그리는 만화가가 의외로 많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만화들은 모두 잘읽히는 만화들이어서 세상의 모든 만화가 잘 읽히는
것이라 착각할 뿐.
내가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가독성이다.
한 컷을 폼나게 잘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독자의 시선을 최대한 붙잡을 수 있도록 컷을 분할하고 배치한다.
지문은 주술관계가 명확하게 쓴다.
대화는 동어반복이 없어야 한다.
했던 말을 또듣는 것처럼 지루한 일도 없으니 말이다.
이렇한 노력이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감정인 허탈함은 투정이고 응석이다.
만화의 특성상 며칠동안 그린 전장 그림도 독자는 순식간에 넘겨버린다.
내가 얼마나 고생해 그렸는지 절대 알아봐 주는 법이 없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만이 한번 쯤 눈길을 더 줄 뿐이다.
7년 세월 정가네소사만 내내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머리속에서
하루도 떠난 적이 없다.
그만큼 페이지마다 흘렸던 땀이 진하게 배어 있다.
하지만 그 세월도 독자에겐 하룻동안의 읽을 거리밖에 안된다.
만약 그 시간동안 소설을 썼으면 몇날 며칠을 읽어야했을 거다.
소설과 만화의 차이다.
책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책을 사서 읽었고 더러는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읽었을 터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단 한사람이라도 내 작품을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지금 역시 그런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지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다 운 때가 맞아 많이 팔리면 좋고 행여 운이 비껴간다
하더라도 낙담할 일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니 말이다.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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