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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임진강 기행

by 만선생~ 2024. 4. 4.

 
임진강기행
주말이면 그녀와 어디를 갈까 고민이다.
의정부에서 하루동안 다녀올 수 있는 곳.
이번 주말엔 임진강을 가기로 한다.
한탄강과 임진강은 자주 다녔었지만 못가본 곳 역시 많기에...
혹 그곳이 강물에 접한 고구려성이라면 가고 싶은 마음은 이내 두배 세배가 된다.
그래도 하던 작업이 있어 한 시무렵이 돼서야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사주에 물기운을 많이 타고난 난 강물을 보는 것에 마음에 설레고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쑥을 캘 것에 마음이 들떠있다.
집을 나선지 약 한시간 여.
임진강 장단교를 건너 논둑길을 따라 한 참동안 달리자 커다란 봉분같은 것이 보인다.
목적지인 호로고루성(瓠蘆古壘)이다.
일부구간만 남아있는 아주 작은 성.
성에 올라 임진강물을 바라본다.
강물이 햇빛에 반사돼 은빛으로 빛난다.
말을 타고 남하하는 고구려군이 배를 타지 않고 건널 수 있는 곳이라
군사적 요충지가 됐다고 한다.
그녀는 쑥을 캐고 나는 고구려사람들이 구운 기와와 토기 파편 몇개를 주웠다.
호로고루성에서 물길을 따라 1~2킬로미터 쯤 내려가면 고랑포高浪浦가 나온다.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릉 앞으로 펼쳐진 고랑포는 개성방면에서
육로를 통해 실어온 물건을 배를 통해 한양으로 실어나르는 중간
기착지다.
한국전쟁 전까지는 포구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철문으로 가로막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뢰를 밟을 위험이 있으니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안과 함께.
고랑포는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에도 이름이 표기돼있다.
고랑포에서 호로고루성을 바라본뒤 차도를 따라 물길을 거슬러 간다.
이십여분 뒤 닿은 곳은 또 하나의 고구려성인 당포성.
깍아지른 절벽위로 쌓아올린 평지성이다.
깍아지를 듯한 절벽위로 쌓아올렸는데 어찌하여 산성이 아닌 평지성인가?
한탄, 임진강은 한반도의 여느 강과는 생성의 역사가 다르다.
거대한 용암분출과 침식으로 거대한 협곡이 생겼고 협곡 가장 깊은 곳으로 강이 흐른다.
그로인해 이 지역의 돌은 모두 구멍이 숭숭뚫린 현무암이다.
현무암으로 성을 쌓고 담을 두른다.
후삼국시대 한반도 중부지방을 차지하며 삼한통일의 꿈을 꾸었던 궁예!
호족세력의 지지를 얻지못한 그는 부하인 왕건에게 쫓겨 달아나다
한탄강에 이르러 한숨을 쉬었다.
전설은 이 때 내쉰 한숨으로 돌에 구멍이 났다고 하지만 궁예가 군사를
일으키기 몇백년 전 고구려 병사들은 이미 구멍난 돌로 성을
쌓았던 것이다.
성에 올라 바라본 임진강은 아름다웠다.
협곡 아래 비친 물그림자도 겹겹으로 이어져있는 산능선도...
그러나 한편으론 불편했다.
곳곳에 들어선 군사시설 탓이다.
휴전선과 연해있는 연천은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
발길 닿는곳마다 출입을 금하는 경고표지판이 나붙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더구나 강가엔 철조망이 둘려쳐져 접근조차 할 수 없으니
강을 보기 위해 수백리 달려온 나로선 허탈할밖에.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걷어내야할 것은 저 철조망과 경고표지판 아닐까.
하지만 불행히도 남북의 정권 모두 통일은 관심밖인 듯 하다.
남측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켜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고 북은 북대로 분단상황을 이용, 주민을 통제 감시하며
1인 독재체제를 굳히고 있다.
냉전수구세력이 아닌 통일민주세력의 집권.
민주정권 10년동안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작은 주춧돌을
놓았으나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 이같은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금강산관광은 중단되었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속속들이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연이어 터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로 이땅의 소중한 젋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주민들은
언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없는 불안 속에서 생업을 잇고 있다.
남과북 모두 평화를 바라고 지지하는 세력이 아닌 대결과
긴장을 유발함으로서 이익을 얻는 세력이 집권한 탓이다.
접근이 차단된 임진강.
임진강은 병들어 있다.
목마른 동물은 철책에 가로막혀 물을 마시러 갈 수 없고
계속해 건설되는 댐으로 수질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토건세력의 농간으로 필요하지도 않는 댐을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강에 깃들어 사는 수많은 동물들.
동물들만이 아닌 사람도 이 강물에 기대 살았다.
이땅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고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강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었다.
우리세대만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닌 후손들에도 물려주어야 할 강!
맑은 강을 물려주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할까?
강의 아름다움에 눈뜨고 오염원을 줄여나가도록 노력해야할테다.
기장 쉬운 건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되가져오는 것일테고.
더불어 토건세력과 냉전세력에 절대 표를 주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난 거대한 댐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여울지는 맑은 강을 또 누구의 제지도
받지않고 강물에 다가가길 원하니까.

201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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