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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자전거 도로

by 만선생~ 2024. 6. 29.
어젯밤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 타고 이희재 선생님 댁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
자전거도로 한 가운데 자전거와 함께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을 하니 자전거 복장을 한 채 꼼짝을 안했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결국 최초 발견자인 내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순간 선의를 가지고 도와줬다가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봉변을 당한
사람들 얘기가 생각났다.
중국 어디에서 길거리에 쓰러진 할머니가 있는데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고 지나치더란다.
이 때 지나가던 한 청년이 할머니를 부축해 병원으로 옮겼는데
깨어난 할머니는 청년에게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단다.
부축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덧나 몸이 크게 나빠졌다며.
청년은 가난했고 돈을 갚을 길이 없었다.
몇년간 철창신세를 지며 할머니 몸을 상하게 한 죄값을 치루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선의로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달았다.
자본주의 체제와 함께 물신주의가 극에 달한 중국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지만 어찌 중국만의 일일까!
한국사회에서도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아무리 그같은 위험이 도사릴지라도 사람으로서
할일을 해야했다.
내 양심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미동도 하지 않던 그가 움직였다.
"괘... 괜찮아요."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났고 이어 내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보아하니 술을 마신듯 했다.
아마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
취기를 누르지 못한채 쓰러져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오던길을 따라 폐달을 밟았다.
얼굴을 부딪히는 강바람이 시원했다.

201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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