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파에 누워 책을 보다 잠들곤 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불이 훤히 켜져 있고 책은 쇼파 아래로 나뒹군다.
잠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아 한 두 시간을 더 잔다.
불을 끄고 제대로 자야지 하면서도 오래된 습관을 버리진 못한다.
어제는 해유록을 보면서 잠이 들었다.
해유록은 조선 통신사 일행이었던 신유한 선생이 쓴 기행문이다.
사행 행렬로 일본열도를 여행하며 일본의 자연풍광과 풍속 문물을
마치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쓰고 있다.
청나라 사행길에 올라 쓴 수많은 글들 가운데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으뜸이라면 일본 통신사 일행 가운데 쓴 으뜸 글은 신유한의 해유록이다.
해유록은 일본 사행길에 올랐던 사람들의 필독서였다고도 한다.
조선은 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는가?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소중화라 일컬으며 빗장을 걸었다.
기득권 세력은 외부세계로부터의 자극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만약 일본에 더 많은 사신 행렬을 보내고 신유한 같은 이가 많이 나왔더라면
그래서 그들이 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조선은 제국주의 침략의 희생물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유록을 처음엔 돌베게 출판사에서 나온 것을 보았다.
읽어보니 앞뒤 과정이 생략돼 있다.
어떤 과정을 통해 신유한 선생이 통신사 행렬에 올랐는지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전문이 수록된 보림 출판사 판 해유록을 사서 읽고 있다.
북한 학자가 번역한 책인데 번역이 잘 돼있다.
우리말 표현이 좋다.
이제 정권도 바뀌었으니 학술서적 뿐 아니라 소설이나 시들도 많이 출간
됐으면 좋겠다.
신유한 선생이 바라본 일본의 자연 풍광은 너무나 아름답다.
일본이라곤 2박 3일동안 동경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데 이 책을 읽으니
통신사 행렬을 따라 일본을 여행하고 싶다는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인데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
이 참에 한 번도 사지 않은 로또를 사야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 해야겠다.
2017.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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