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인지 모르지만 한가지 결심을 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 언어로 된 "어린왕자"를 사보겠다고...
한국 교보문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튀르키예 이스탄불, 일본 교토에 있는
서점에서 어린왕자를 각각 한 권씩 샀다.
읽을 수 없지만 못하지만 그 나라를 다녀왔다는 기념으로 말이다.
이런 결심을 알게된 한 지인께선 체코 여행길에 산 어린왕자를 나에게 주었다.
그래서 다섯나라 말로된 어린왕자를 가지게 되었다.
내겐 고려말 제주 역사를 다룬 "목호의난1374"란 단행본이 있다.
무려 6년이란 시간을 쏟아부은 작품으로 3쇄를 찍었다.
워낙 고생하며 그린 작품이라 뿌듯하기도 하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제주어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점이었다.
'그러하우다' 같은 말로 분위기만 살짝 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곶자왈(숲), 수애기(돌고래), 굴무기낭(느티나무), 폭낭(팽나무),
질검매러(김매러) 같은 말을 찾아 써 넣은 건 보람이었다.
제주는 늘 가고싶은 곳이다.
바다를 건너야해서 쉽게 가보진 못하지만 늘 안테나를
세우며 제주 소식을 듣는다.
무분별한 개발로 제주의 자연환경이 부서지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이런 가운데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페친으로 제주도에 사시는 이광진 선생께서 제주말로
된 어린왕자를 내신다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엔 참여를 못했지만 단행본이 나와 구입을 하였다.
제주말로 된 어린왕자라니.
분명 한글로 써있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우리말이 맞나싶을 정도로 육지말과는 완전 다르다.
외국어를 공부하듯 따로 제주말을 공부하여야만 한다.
제주어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100년동안 제주를 지배했던 몽골어의 흔적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책장을 넘기는데 답답증이 일었다.
주를 달아 간단하게 제주어 풀이를 해줬음 좋겠단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제주사람은 술술 읽어내려갈테지만.
유구국이라 불리던 오키나와어는 완전 사어가 되었다고 한다.
소수 몇몇 사람만 알고 있다고 한다.
지명으로만 흔적이 남아있다.
다행히 제주어는 완전 사어가 되진 않았다.
이광진 선생같은 분들의 노력으로 보존되고 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시절.
제주어로 된 어린왕자를 추가하게 되어 기쁘다.
'책 리뷰 > 소설 일반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국의 시간 (0) | 2024.08.17 |
---|---|
구소수간 歐蘇手簡 (0) | 2024.08.16 |
김종직 아내의 영전에 (3) | 2024.07.26 |
해유록 (신유한) (0) | 2024.07.11 |
이승우 소설집 "오래된 일기" (0) | 2024.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