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녕 대군은 소문난 책벌레다.
책을 너무 열심히 읽어 몸이 상하였다.
부왕은 아들의 건강이 염려되어 방에 있는 책을 모두 치우게 했다.
그런데 병풍 속에 치우지 못한 책이 한 권 있었다.
구소수간이란 책이다.
구양수와 소동파의 편지를 묶었다하여 구소수간 歐蘇手簡이라 하는데 충녕대군은 이 책을 무려
1000번을 읽었다고 한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여러번 읽었다는 표현이다.
아무튼 이 어마어마한 활자중독자가 바로 조선의 4대 임금인 세종 대왕이다.
작년 한이직 기념도서관 관장이신 한신원 선생님께서 주신 구소수간.
그 간 한 번도 펼쳐보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하였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편지로 사상 논쟁을 벌인 일은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구양수와 소동파가 주고받은 편지인 줄 알았다.
헌데 아니다.
각각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다.
구양수와 소동파는 북송시대 정치가이자 문인으로 후대에 영향을 크게 끼쳤다.
특히 고려와 조선의 선비들은 이들을 흠모해마지 않았다.
세종 대왕 역시 다르지 않으리라.
한민족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인물 세종대왕!
구소수간은 그 이가 마음을 다해 읽은 책이다.
헌데 아쉽게도 현대인인 내가 읽기엔 좀 심심하다.
상대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행적을 적었을 뿐 특별한 내용이 없다.
대신 1200년 전 북송시대 사람들의 감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특히 몸이 아프단 말에는 나도 모르게 공감이 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읽진 않고 건너 뛰며 읽었다
만약 세종대왕을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책의 어느 대목이
인상적이었냐고 물어 볼 것이다.
느끼는 바가 지금의 나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
20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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