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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르시스트의 사진

내 사진

by 만선생~ 2024. 8. 3.
 
삼십대 중반 혹은 후반?
잘 모르겠다.
후배 작업실에 놀러갔는데 후배가 새로 산 카메라로 찎었다.
똑딱이 카메라 값이 꽤 나가던 시절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역시 현실은 힘들었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창작을 해야겠단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뭐가됐든 손에 잡히는 게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지금 역시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주어진 일만 해도 되는 사람들이 부럽다.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이 아닌 창작인들 가운데서도 일이 없어 손놓고 있다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직무유기다.
창작이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찾아 하는 거다.
설령 돈으로 환원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창작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다.
일거리가 없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살림살이를 걱정해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나는 그 말이 싫다.
우리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니 우리 세계를 잘 몰라도 좀 더 속 깊은 사람이라면
요새 무슨 작업하고 있냐고 물을 테다.
쓰다보니 길어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남는 건 결과물 뿐이다.
더디지만 조금씩 하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훗날 인생을 돌아봤을 때 지금이 가장 좋은 날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2017.6.5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루는 후배 작업실에 갔더니 후배가 신기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다.
필림을 인화하지 않고 컴퓨터에 바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신기했다.
필름값이 들지 않는 카메라라니...
문명의 이기 앞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후배에게 멋적어 하며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어두 컴컴한 반지하 작업실 분위기가 잘 살아나 있었다.
얼마되지 않는 젊은 날의 사진이다.
주머니가 참으로 가볍던 시절...
어떻게 견디어 왔는지 모르겠다.
20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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