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학번 묻기

by 만선생~ 2023. 9. 24.
 
 
선배는 동네 탁구장에 다닌다.
어제는 처음으로 탁구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탁구장에서 만난 사람이 물었다.
몇학번이냐고.
선배는 중3 중퇴라고 말하려다 웃기만 하였다.
묻는 사람은 뻘줌한 표정으로 화제를 돌렸다.
대학물을 먹었다는 사람들에겐 고약한 버릇이 있다.
초면에 학번을 묻는 것이다.
상대가 대학을 다녔다는 걸 전제로 관계를 이어가려고 한다.
나 역시 선배가 받았던 질문을 심심찮게 받았고 그 때마다 나의 최종학력을
친절히 알려주곤 하였다.
나이 묻는 것을 실례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특히 남성은 여성의 나이를 함부로 묻지를 않는다.
하지만 학번을 묻는 것에 비해선 큰 실례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대학은 누구나 가는게 아니다.
80년대만해도 대학진학율은 50프로를 넘기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안가는 사람도 있지만 성적이 따라주지 않거나 형편이 여의치 못해 못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한국사회에서 이들에게 대학은 아픈 상처인 것이다.
초면에 학번을 묻는 것은 아픈상처를 헤집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세상 모든 이들이 대학을 나왔다고 믿는 바보이거나...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지  (1) 2023.10.22
지게  (1) 2023.10.21
정제두 묘비  (0) 2023.10.21
죽음  (0) 2023.10.21
우물  (0) 202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