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친구 녀석 이야기를 올렸는데 녀석의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진을 찍으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을 가고 말았다.
구한말 사진기에 귀신이 붙어 있다고 생각해 도망가는 사람은 있었어도 현대에 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도망가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녀석은 눈이 나쁘지 않음에도 안경을 쓰고 아이라인을 그린 뒤 머리를 최대한 앞으로 내려 얼굴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얼굴만이 아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늘 연기를 피워 올리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뇌신경계통에 이상이 있는 게 분명했다.
21살.
군입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녀석과 사직공원을 함께 간적이 있다.
정확한 위치는 기억이 안나는데 서울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다.
마침 누군가에게 빌린 카메라가 있어 녀석을 찍고자 했으나 녀석은 렌즈 앞에 서는 걸 한사코 거부했다.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대신 녀석은 나를 찍어주었다.
지금 같으면 여러장 찍었을 텐데 필름 값이 아까워 한 장만 찍었다.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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