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놀라셨다.
너희 형제들 중 니가 가장 늙어보인다고.
혼자살아 고생이 많아 그런 것 같다고.
그러면서 명절이 끝난 뒤 아이크림이란 걸 한 보따리 보내주셨다.
하지만 잊어먹고 잘 바르지 않는다.
이따금 생각날 때마다 바를 뿐이다.
지금까지 산에 갈 때도 썬크림 같은 걸 바르지 않았다.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노화가 빨라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산을 올랐다.
아니 피부노화 따윈 나에겐 예외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나이에 비해 피부가 좋다는 얘길 듣고 살았으니.
그런데 오늘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피부노화가 빨라질 수밖에 없구나 싶다.
십대 시절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던 오십대 중후반.
지나온 세월이 믿기지 않는다.
내가 십대 시절 그러했듯 요즘 십대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까마득한 윗 세대라 느끼지 않을까?
돌아보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세로쓰기로 된 만화책과 소설책을 읽었다.
그 책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세로쓰기로 된 책들을 읽어내려갈 수 있을까?
암튼 세수를 마친 뒤 아이크림을 발랐다.
조금이라도 노화가 늦춰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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