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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단상

나의 첫 완성 원고

by 만선생~ 2024. 10. 18.

 

 
 
중고교 시절 만화를 그리면 끝을 낼 수 없었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 몇 페이지 그리다 그만두고
마는 것이다.
전체구상 없이 작품을 시작했을 때 맞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이다.
세상 어디에도 그리다 만 만화를 보아줄 이들은 없다.
길건 짧건 끝을 맺어야 생명력을 얻는다.
내가 처음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었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만화가 아닌 소설로 제목은 ‘곰사냥’.
분량은 아주 짧았다.
겨우 노트 몇 페이지.
그 것도 글씨를 아주 헐겁게 써서 200자 원고지로 치면 열 서너장 쯤 되지
않을까 싶다.
원고는 잃어버린지 오래다.
내용도 가물가물한데 기억을 되살리자면 이렇다.
산골짜기 시골 마을
아버지 친구가 서울서 내려와 집에 머무는데 직업이 사냥꾼이다.
아버지는 항상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친구가 못마땅하다.
“농사를 짓던지 아니면 대처로 나가 일을 하란 말이다.”
소년은 아저씨가 좋다.
아저씨를 따라 다니면 어느덧 하루해가 기울고 만다.
어느 날 아저씨는 곰사냥을 떠난다고 한다.
아버지는 위험하다고 말리지만 아저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소년은 아저씨를 좆아 다니고 싶지만 엄마 아버지의 반대로 집안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저씨는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저씨를 찾아 산속을 헤메다 처참하게 찢긴 아저씨의 시신을 발견한다.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식에 소년은 크게 낙담한다.
이 땅에 곰이 사라진지가 언제인데 곰사냥이란말인가?
당위성도 없고 플롯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야기 한편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후 처음으로 만화 원고를 완성시킨 것은 스물한 살 때다.
역시 아버지 친구가 등장하는데 이번엔 악당이다.
아버지가 부정하게 많은 돈을 번 사실을 알고 돈을 뜯어내는.아버지가 죽은 뒤 재산은
아들에게 상속된다.
아버지 친구는 계속 돈을 요구하고 이를 견디다 못한 아들은 아버지 친구를 죽이고 만다.
분량은 28페이지.
이를 그리기 위해 장장 몇 개월이 걸렸다.
참으로 힘들게 완성한 첫 작품!
부끄러워 몇몇 사람에게만 보인 뒤 책상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다.

20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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