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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내가 아주 어렸을 때

by 만선생~ 2025. 2. 2.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아주 어렸을 때다.
어머니는 나를 업고 서울에 왔다.
지금은 폐역이 된 와룡역(김제와 익산사이)에서 밤 9시 45분 열차를 타고
용산역에 도착한 것이다.
평화시장서 옷을 떼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평화시장서 뗀 옷을 이고 와룡으로 내려가 옷을 판다.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면서.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리 먼 길을 다니면서 옷을 팔았을까 싶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번 돈으로 집안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날 나를 업고 서울에 왔을 땐 동생이 태어나기 전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동생은 낳을 생각이 없었는데 그만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
세상엔 예정에 없이 나온 생명이 많다.
어머니는 형들과 누나에게 주었던 사랑을 똑같이 동생에게 주었고 동생은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고마워 한다.
이야기가 딴길로 새고말았다.
다시 돌아오자면 새벽시간 나를 업고 용산역에 도착한 어머니는 평화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지하철 1호선이 생기기 이전이다.
어머니는 그날 따라 심하게 멀미를 해 뒷자리에 쭈구리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버스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시내를 달린다.
그 때다.
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어머니가 고개를 들었을 때
운전수와 차장은 붙어 있었다.
그냥 붙어있는 게 아니라 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더란다.
둘이 얼마나 좋아 지내던지 어머니가 타고있는 걸 까마득히 잊은 채 말이다.
어머니가 내릴 때가 돼 인기척을 낸 뒤에야 두 사람은 떨어졌다.
민망했으리라.
어머니가 지나가는 손님이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회사내에 소문이 났을 터다.
두 사람 그런 사이라고.
어딜가나 남녀가 만나면 불꽃이 튀기 마련.
거기다 항상 같이 붙어다니면 정분이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다.
두 사람 결혼해 잘살았음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서로를 원했던 시간만큼은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어린시절의 난 늘 도시를 동경했다.
그리고 마침내 열두살 되던 해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처음 서울 땅을 밟게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서울 땅을 밟은
역사적 순간을 수정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내 기억엔 전혀 없지만 말이다.

201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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