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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해외 2 시가현 오미하치만

오미하치만- 장명사 (죠메이지 長命寺)

by 만선생~ 2025. 2. 6.

 

 
장명사 죠메이지 長命寺
2018년 여름 비와호 앞 숙소 묘각원에서 나흘간 머물렀다.
일본식 옛 집으로 나이드신 아주머니가 운영했다.
집엔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이따금 다다미 위로 바퀴벌레가 지나갔다.
바퀴벌레를 본지는 정말 오래였다.
이십대의 나라면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텐데 오십대에 접어든 나는 달랐다.
오랫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보니 바퀴벌레의 출현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긴 더듬이가 다리가 한 없이 징그러웠다.
언젠가 함께 일했던 영업사원의 말이 떠올랐다.
자기가 일본에 사는 친척집에 신세를 지며 살았었는데 집이 바퀴벌레 천지라고 했다.
기후가 습한데다 집이 목조라서 더 그렇다고 했다.
일본 여성은 어떤지 몰라도 한국 여성이 바퀴벌레를 보면 놀라 까무러질테다.
적어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바퀴벌레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만큼 우리의 주거환경이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묘각원의 좋은점은 옛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원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깊디깊은 욕조다.
뜨끈한 물에 몸을 깊숙히 담그고 있으면 그날 피로가 다 풀렸다.
안좋은 점은 좌변식 화장실로 쭈꾸려 일을 보는게 너무나 불편했다.
왜 이렇게 불편할까 싶었는데 다른 곳에서도 그랬다.
묘각원 마지막 날 짐을 정리하고 나올 때다.
주인 아주머니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일본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현실에서 보니 당황 스러웠다.
준비해둔 일본말 '오세와니 나리마씨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한국 말로 '고맙습니다'를 연신 할뿐이었다.
일본어 발음으로는 '죠메이지'인 장명사長命寺는 2018년 묘각원에 머물며 오른 절이다.
묘각원 바로 옆으로 돌계단이 나있어 오르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장명사를 몇년만에 계절을 달리해 다시 한 번 가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길에 머물고 있는 곳은 오치하치만 역과 가까운 호텔!
장명사 가는 버스는 오미하치만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20분 간격으로 출발하였다.
버스는 약 30분만에 장명사항 앞에 내려주었다.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가 있는 항이다.
나는 이내 곧 묘각원을 지나 장명사 에 들었다.
안내판엔 본당까지 808계단이라 써있다.
일본에서 808은 많다는 뜻의 관용적 표현이다.
도시의 번화함을 상징했던 에도 808정, 오사카 808다리가 그 것이다.
한계단 두계단...
올라가는 길목에 오지죠상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참 동안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聖德太子禮拜石(성덕태자예배석) 라 써있는
1m 높이의 표지석이 보인다.
아마 여기서 쇼토쿠 태자에 대한 예를 표하는 것인가 보다.
쇼토쿠 태자는 고대 일본의 기틀을 닦은 인물로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역사인물이다.
특히 불교를 중흥해 전국 각지에 많은 절을 지었다.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는 교토의 광륭사도 태자가 지었고 여기 장명사도 쇼토쿠 태자가 지었다.
숨을 몰아쉬며 마침내 808계단을 오르니 장명사다.
아무리 따듯한 지역이라 하나 겨울은 겨울이라 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가람배치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손댁 흔적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불사를 일으키려는 한국절들과는 다른 것 같다.
규모가 여느 절들보다 작아서인지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비와호를 내려다본뒤 본당에서 뱀인형을 300엔 주고 샀다.
그러고보니 올해가 뱀의 해다.
십이간지는 일본에서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방송 등에서 십이간지를 많이 인용한다.
내가 뱀인형을 주머니속에 넣으려할 때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내게 다가와 뭔가를 설명한다.
뱀속에 담겨있는 종이를 꺼내는 것이었다.
올해 운수를 보는 이른바 '오미구지'였다.
무슨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문구들.
시키는대로 가까이있는 나무가지에 종이를 대충 둘둘말아 꽂았다.
다른사람들은 너무나 정갈하게 꽂았는데 내 것은 그렇지 않아 신경이 쓰였다.
다른 신사에서도 해봤지만 꽂는 방법을 알턱이 없었다.
아주머니에겐 함께 온 딸이 있는데 서른 무렵 되어보였다.
미인은 아니지만 선한 인상이었다.
어디서 사냐고 물으니 여기 오미하치만에 산다고 했다.
나는 나를 한국의 만화가로 소개한뒤 모녀에게 캐릭터 한 장을 그려주었다.
'junko씨와 satomi님께 드립니다.
2025. 1. 17일 한국의 만화가 정용연
모녀는 신기한 듯 고마워하며 캐릭터 그림을 받았고 나는 이내 장명사를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