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2년 11월 진주성.
가장 하이라이트 되는 장면을 그리다.
아직 펜터치만 끝낸 상태고 채색을 또 해야한다.
데셍과 펜터치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또한 고된 일이다.
전쟁 씬은 정말 품이 많이 든다.
이 건 그려본 사람만 안다.
대신 스펙타클한 화면에 대한 만족감이 있다.
이 그림 또한 그렇다.
지금까지 목호의 난을 비롯해 전쟁씬을 제법 그렸던 것 같다.
창작의 과정일 뿐이지만 전쟁 씬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전쟁의 참혹함이다.
특히 선봉에서 사다리 타고 성벽을 타는 왜군을 그릴 때면 몸서리가 쳐진다.
돌에 맞아 죽고
펄펄끓는 물에 온몸이 데여 사다리에 떨어져 죽고
낫에 손이 잘린 뒤 또한 떨어져 죽고.
죽을 줄 알면서도 성을 타고 올라야한다.
원치않지만 명령이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명령을 거부하고 돌아서는 순간 자기편 손에 죽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돌격해 성벽을 타고 오를 수밖에.
고향엔 모셔야할 부모가 있고 살을 섞고 사는 아내가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새끼들이 있다.
살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인 이들이다.
하지만 조선군 입장에선 이 땅을 침입해 들어오는 원수일 뿐이다.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살리기 위해선 적들을 죽여야 한다.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평화의 시대에 만났더라면 때로 정을 나누기도 했을...
202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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