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의원이었다.
아버지의 아버지도 의원이었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의원이었다.
7대조 할아버님이 이 땅에 자리를 잡으신 뒤부터 내리 의원노릇을 하였다.
조상님들 모두 의원 노릇으로 밥은 먹고 살았으나 큰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증조할아버님은 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꿈인 내의원이 되기 위해
과거를 다섯 번 보았으나 다섯번 내리 떨어지고 말았다.
한양을 오가며 쓴 경비가 무려 서른냥이 넘었고 그 세월만 해도 자그만치 15년이었다.
증조할머님은 며느리에게 탄식하듯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과거가 웬수구먼. 차라리 과거를 보지 않았더라면
논마지기라도 마련했을 거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가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작인에게 땅을 빌어 주었으면 사는게
훨씬 수월했을 거라고 했다.
할아버님은 과거에 목을 매는 대신 투전판을 전전하였다.
의원 노릇을 하며 번 돈을 투전판에 모두 날려버렸다.
할아버님이 투전판에 발을 들이기 전 할머님은 병치료를 대가로 받은 돈을
알뜰살뜰 모아 밭 한 마지기를 마련하셨다고 한다.
할머님은 내 땅을 가졌다는 기쁨에 호미질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하루 종일 밭을 매도 힘든 줄 몰랐다.
불행의 시작은 병자를 치료하고 돌아오는 길에 고을 아전을 만난 것이었다.
“송의원 돈 좀 꿔주게”
“얼마를요?”
“한 냥만 부탁함세. 적어도 닷새 안에는 갚을 것이네”
한 냥이면 쌀 두말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돈을 꿔간 고을 아전은 닷새가 지나도 갚을 생각을 안하였다.
.......
2023년 다양성 만화에 선정된 "약현" 스토리다.
원래 100페이지 분량으로 끝내려 하였으나 다양성 만화에 선정이 되는 바람에
230페이지 이상을 그리게 되었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갈 스토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무면허 의사였던 우리 아버지 이야기도 집어 넣을 생각이다.
어째 스토리가 재미있을 것 같습니까?
202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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