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은 멀리있지 않다
어제 곽원일 작가와 통화를 하며 알게 된게 하나 있다.
아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게 된 거다.
배우자는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말이다.
한 화실에서 작업을 하다 눈이 맞아 결혼을 하게된 경우가 많다.
부부만화가는 그렇게 탄생한다.
이름이 꽤 알려진 동갑내기 만화가 G씨는 모 만화가 문하생 시절 만난 여자와
결혼하여 잘살고 있다.
지금도 이들 부부의 이름을 검색하면 작품이 올라온다.
처남 매부 사이도 많다.
동료로서 친하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동료 작가의
여동생을 만나게 되고 이는 곧 결혼으로 이어진다.
자기 여동생을 동료작가에게 소개시켜 만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격렬한 것이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좋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한 말로 삼각관계다.
삼각관계 뿐 아니라 관계가 꼬이고 꼬여 사각,
오각으로 이어지는 난장판 싸움이 되기도 한다.
실재 후배들 중에선 한 여자를 두고 다투다 원수가 되어 얼굴을 안보며 산다.
곽원일 작가가 <일당백>으로 한 참 잘나갈 때는 문하생을 열 명 가까이 두었다.
남자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자들도 있어 연애질 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곽작가는 자기들 일이니 눈감고 모른 채 했었단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고립된 채 만화를 그리다보니 이성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모임도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만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긴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연애할 사람은 다 했지만 말이다.
생각하면 내가 속한 단체에서도 결혼에 골인한 이들이 여럿이다.
뽕을 따려면 뽕밭에 가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뽕밭에 가지 않고 고립된 채 살아온 게 아쉽기는 하다.
작가로서 크게 성공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조용필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좋아하는데 가상 중 이런 대목이 있다.
'나보다 더 외롭게 살다간 고흐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외로움을 토로하는 나지만 돌아보면 나보다 더 외로운 이들도 있다.
나보다도 더 고립되어 이성을 접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들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는 한 편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생에 언젠가는 인연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아니면 아닌대로 살면 그만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