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 전공은 국어였다.
한문도 겸하여 가르쳤다.
살집 있는 몸에 입술이 두꺼워 투투란 별명이 붙었다.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무지개 연못의 지배자 투투.
담임선생은 수업 시간마다 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야하는지
누누히 말씀하셨다.
4년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잉여인간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 대학에 들어가 데모를 하는 건 미친짓이라 했다.
자기 제자 중 고려대에 들어간 애가 있는데 학생운동을 하다 끝내 공장에서
중졸 여자와 결혼을 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데모를 하다 신세를 망쳤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불순세력에 물들지 않고 안온한 삶을 살기
바라는 진심(?)이 느껴졌다.
나중에 알았지만 담임 선생의 말은 불의에 눈감고 오로지 경쟁에서
승리하여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라는 것이었다.
담임선생이 그토록 강조했음에도 상당수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잉여인간이 되었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였고.
정가네소사 3권의 첫 에피소드 '청량리' 편에 나오는 담임선생이 바로 투투다.
자기 모습이 출간되어 나온 걸 보면 깜짝놀랄텐데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소수의 사람만 구입해 읽은 비운의 작품이니 말이다.
제자들에게 지극히 속물적 가치를 주입하곤 했던 담임선생은 놀랍게도 문학도였다.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을 여러번 응모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순위에 올랐지만 아깝게도 입상을 못했다고 수학 선생이 우리 담임선생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했다.
여름방학이었다.
방학임에도 담임선생은 며칠에서 며칠사이 학교로 나와 자습을 하라고 했다.
뒤에서 노는 아이들 몇몇을 빼곤 놀랍게도 다 나왔다.
투덜거리면서도 담임선생의 명을 어길 순 없었다.
우리들에게 자습을 시킨 담임선생은 타자기를 두드리며 소설을 썼다.
신춘문예에 응모할 모양이었다.
쉴새없이 들려오는 타자기 소리.
나는 공부 대신 만화를 그렸다.
어느 순간 타자치는 소리가 멈추고 담임선생은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 이야기를 했다.
소록도에 사는 나병환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외수의 "칼"이란 작품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나는 그 때 이외수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담임선생은 말에서 작가에 대한 선망을 느낄 수 있었다.
그해 담임선생의 입상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도 떨어진듯 하다.
이후 2학년이 되어 반이 바뀌면서 담임선생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계속 신춘문예에 도전을 했는지 포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담임선생이 선망했던 작가 이외수는 오랫동안 작품을 발표했다.
베스트셀러가 여러권이다.
하지만 애써 찾아 읽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작가 이외수를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과
트위터를 통한 사회적 발언으로 기억한다.
그의 발언을 통해 많은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위로를 받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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