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겸재 정선의 그림들.
나는 줄곧 겸재 정선의 필치에 압도당했다.
그의 붓끝에서 펼쳐지는 조선의 풍광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실로 자신이 발딛고 살아가는 땅과 시대를 사랑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그림들이 나올 수 있겠는가!
무엇하나 가벼이 스쳐지나갈 수 없지만 특별히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사람들이었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사람은 거대한 자연 속에 한 점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의 생애 속에서 인물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은 독서여가도를 비롯한 단 몇점밖에 없다.
인물이 중심 테마인 김홍도와 신윤복 그림과는 다른 점이다.
인물에 취약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그에게 인물은 자연을 장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절대 빠질 수없는게 또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인물을 어떻게 그렸을까?
나는 그 점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거대한 자연 속에 들어가 있는 하나의 점.
그런데 간략하게 참 잘그린다.
워낙 그림이 작아 눈과 코와 입이 생략돼 있다.
겸재 정선은 무슨 하늘의 복을 받으심인지 말년까지 눈이 좋았다고 한다.
66세에 그린 연강임술첩엔 깨알같이 작은 인물들 옷에 색을 각기 달리하며 칠했다.
돋보기를 써야 보일까말까한 그림에 말이다.
진경산수를 개척하여 화성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겸재 정선!
그의 그림을 직접보게되어 무한 영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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