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집을 샀다.
지금 살고 있는 18평형 아파트이다.
집값은 4200만원.
22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동생에게 800만원을 빌렸다.
아마도 순수하게 내가 가지고 있던 돈은 1500만원이었을 거다.
만화를 그려 제대로 돈 한번 벌어본 적 없고 이렇다할 직장
한 번 가져보지 못한 내가 1500만원이란 돈을 모으다니.
땡전 한 푼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그 돈을 모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용하기 짝이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돈을 모으는데도 운이 작용하는 것 같다.
단 몇개월이지만 웅진싱크빅이란 학습지 회사에서 그림을 발주
받아 그렸던 일.
그 것은 운이었다.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내 인생에 찾아든 아주 작은 운 말이다.
웅진에서 받은 화료를 월세 보증금으로 깔아둔 뒤 어렵사리
한푼 두푼을 모았다.
노가다 일당잡부 노릇을 하고 공장에 다니고 세일즈를 해서
1500만원이란 돈을 모은 것이다.
그 때 나이 서른 넷이었다.
마흔 여섯. 집을 장만한지 12년이 지났다.
그 12년동안 동생에게 빌린 돈을 800만원을 갚고 대출금 900만원을
갚았다.
그 외엔 번돈이 없다.
국가에 내야될 세금이 2~300만원 밀려있고 지난해 "정가네소사" 그릴
때 생활비가 없어 형에게 빌린 돈 200만원이 있다.
그러니까 계산하자면 지난 12년동안 1000만원 조금 넘게 번 셈이다.
그나마 집안에서 사람노릇 못하고 소비를 최대한 줄이며 생활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르긴해도 지난 12년동안 평균연봉이 1000만원을 넘기진 못했을 것이다.
참으로 빈한한 삶이다.
만약 부양가족이라도 있었다면 어찌했을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집은 단순히 주거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꺼지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재산증식의 수단인 것이다.
솔직히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한 적 없다.
변두리도시 외곽지대에 있는 18평형 아파트가 오르면 얼마나 오를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사이 5000만원이 뛰었다.
취득세와 양도세. 대출이자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고 해도 분명히 올랐다.
생활의 근간이 되는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화적으로 소외됐을 뿐 아니라 오를만한 산도 딱히 없다.
그리하여 나는 서울 외곽에 자리한 이 도시를 뜨고싶다.
서울로 입성하거나 산이 많은 의정부로 가고 싶다.
집 시세를 알아보니 역시 예상대로다.
과연 가능할까?
여기 이 아파트를 처분한 뒤 빌라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게...
대출을 받는다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까?
물길을 내야 물이 흐른다는 말처럼 일단 저질러야 하는 건 아닐까?
암튼 이사를 가고픈 충동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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