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습 지진아였다.
수업을 들어도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시험 시간엔 누구보다 먼저 답을 써 넣었다.
네 개 중 하나만 찍으면 됐으니 말이다.
얼마전 학창 시절에 공부를 잘했던 그래서 가방끈도 제법 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내 이야기는 이렇다.
용기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지 못했다.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으면 그 지옥같은 시간을 견디지 않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을 무척이나 자책했다.
가방끈 긴 이가 말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수업 내용이 자연스레 귀에 들어오는 거 아니냐.
상위권에 들려면 공부를 따로 해야지만 중위권은 수업 시간에
앉아있기만 해도 가능하지 않느냐.
대화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가방끈 긴이의 말인 즉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랬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안됐다.
청각 장애인도 아닌데 수업 내용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그렇다.
내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 상대는 그렇지 않다.
답답하고 열불이 나지만 어쩔 수 없다.
상대를 감화시킬 인격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포기해야 한다.
어쭙잖게 상대를 변화시키겠다고 나서면 내가 다친다.
학습지진아였던 나를 생각하자.
세상은 이해 불가의 영역들이 있는 것이다.
2019.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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