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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스승의 날 - 윤석진 선생님

by 만선생~ 2025. 5. 15.
내 인생 최초의 스승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다.
숙제를 해가지 않아 날마다 도장으로 꼴밤을 맞았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좋았던 건 날마다 옛날 이야기를 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야기가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 되길 바랬지만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때처럼 이야기를 몰입해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은 동생녀석 담임도 맡으셨는데 동생은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나만큼
강렬하지가 않았다.
초등 5학년 겨울방학 때 서울로 전학와선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답장이 왔다.
편지가 두어번 오갔다.
하지만 중학교에 진학하고선 선생님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었다.
내 인생 첫 책인 정가네소사가 나오고 선생님 연락처를 수소문해보았다.
선생님 댁에 연락이 닿았는데 아드님이 받았다.
한번 찾아뵙고 싶다 했더니 워낙 고령이시라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다고 했다.
나는 수소문 과정에서 선생님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독립유공자셨다.
일제말 학도병으로 징집되었다가 탈출을 감행, 광복군이 되었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광복군이 우리 선생님이셨다니.
선생님께 당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스승의 날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며 선생님을 생각한다.
무명의 아주 작은 이야기꾼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만화계 언저리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그 때 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 덕분이 아닐까?
 
20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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