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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신암심

by 만선생~ 2025. 5. 21.

 

 

신암심
신앙심 깊은 선배.
선배가 다니던 교회는 상가 지하에 있는 작은 교회였다.
교회구성원들은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청년...
사회경제적으로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이들이었다.
당연히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은 많이 걷히지 않았고 교회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선배 또한 사회경제적으로 별볼일없는 사람이라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지만 금액은 많지 않았다.
쥐구멍에도 볕뜰날 있다던가?
사업이라고 시작했으나 원금만 까먹던 선배가 운때가 맞아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부지런히 몸을 놀리면 왠만한 월급쟁이 보다 나았다.
적어도 교회구성원들 가운데 선배보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사람은 없었다.
선배가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게된 목사는 선배를 자주불렀다.
감사헌금을 종용하는 것이다.
교회재정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난감했다.
모처럼 행운이 여신이 찾아와 그동안 진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데
난데없는 감사헌금이라니.
그렇다고 십일조를 내지 않은 것도 아니고 감사헌금을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자기로서는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교회재정의 어려움을
내세워 자꾸 경제젹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선배에게 찾아온 행운의 여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한동안 반짝했던 영업실적은 가면 갈수록 바닥을 기었고
끝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운전기사로 취직을 했다.
선배가 얼마동안 그 교회에 다녔는지 전화를 걸어 물어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이후 선배는 필리핀 여자와 결혼을 했고 고향 광주로 내려가
친척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다시 취직을 했다.
한동안 월급 200을 받다가 요즘은 250을 받는다고 한다.
저축은 좀 하느냐 물으니 생활비가 많이 나가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하긴 아이가 둘씩이니 돈들어갈 일이 한두가지가 아닐테다.
더구나 아내의 친정집에 달마다 송금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신앙심이 깊은 선배는 광주에서도 예외없이 교회를 다닌다.
그리고 신앙심의 증표로 십일조를 낸다.
때마다 감사헌금도 낼테지.
선배를 알고 지낸지 이십년.
무신론자로서 나는 신을 향한 선배의 믿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교회에 재산을 강탈당하는 선배가 한없이 안타까울 뿐.
신앙심 깊은 선배에게 믿음이 전혀 없는 나같은 사람은 가여운 존재일 따름이지만.
 
20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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