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위키를 보니 경희대학교의 역사와 건물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캠퍼스 안에 있는 작은 연못 이름이 선동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무위키만 보면 어딜 가서 경희대학교 졸업생이라 해도 얼추 믿을 것 같다.
나야 그럴 필요를 전혀 못느끼지만 세상엔 가짜 학력 으로 세상을 속이려는 이들이 있다.
내 친구 강머시기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하나다.
머시기가 연세우유 대리점을 했는데 사람들이 자기를 은근 무시하는 것 같더란다.
그러던 어느날 자기가 슬며시 연세대를 졸업했다고 하니 그 때부터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란다.
80년대엔 4년제 대학 졸업생이 전체 학생 수의 10~15% 정도였다.
2년제인 전문대까지 합하면 25~30% 정도 된다.
내가 군에 입대하니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와 3개월
혜택을 받는 이가 몇 안됐고 2년제를 다니다 와 45일 혜택을 받는 이들이 조금 더 있었다.
나머지는 나와 같이 30개월을 만땅으로 다 채워야하는 고졸이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4년제 대학 재학생과 고졸은 학습 능력에서 차이가 있었다.
우리 부대는 전술학, 경포기재학, 항공기 식별 시험을 봤는데 가장 점수가 높은 건 언제나 4년제 대학을
다니다 온 이들이었다.
어쨌든 대학은 대학을 다니지 못한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대학에 대한 동경 따윈 전혀 없었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다.
어쩌다 캠퍼스 커플을 볼라치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남대생을 만나기도 어려운데 여대생을 만나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고졸 특히 혼자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이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대학 캠퍼스를 오십이 넘은 나이에 돌아보곤 한다.
일부러 찾아가는 것은 아니고 그 근처에 가면 한 번씩 둘러보곤 한다.
아무리 대학이 취업준비를 위한 학원비스무끄리하게 변질 되었다 해도 대학만한 곳이 없다.
궁궐을 제외하곤 대학만큼 넓은 공간에 다양한 건물과 숲이 존재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래된 대학 캠퍼스를 걷는 건 마치 역사 유적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대학은 민주화운동의 중심이었다.
민주화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알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언젠가 연세대에 갔더니 민주동산에 이한열 열사 추모비가 있어 묵념을 했었다.
이한열 열사는 만화를 그리는 이들에게 더 특별한 것이 만화반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칸과 아카데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봉준호 감독 역시 만화반 출신이다.
경희대에도 만화반이 있었다.
멀리 갈 것없이 동료인 김종범 작가가 경희대 만화 반에서 활동했었다.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니 민주동산이 나왔다.
그 곳엔 통일운동에 힘쓰다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이수병 선생 동상이 있었다.
그 위로 길이 이어졌다.
고황산이란 아주 낮은산으로 이어지는 듯 했다.
(천장산하고 다른가?)
신갈나무 등으로 둘러싸인 오솔길.
경희대 길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한가지 후회가 되었다.
채수병 선생 앞에 묵념을 했어야는데...
20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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