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갑
어제 작은형 환갑을 맞아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했다.
어머니부터 형제들 그리고 형제들의 배우자 그 배우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조카들까지 모두
스물 다섯명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 말고는 모두 별 일 없이 건강하다.
동영상을 공부하는 조카녀석은 작은형 일대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상영하였다.
태어난 환경은 척박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기업의 대표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어머니는 아들의 삶을 아주 대견스러워 했다.
부모님이 유산을 남기지 않아서인지 우리 형제들은 싸울 일이 없다.
특히 동서들 간 사이가 좋다.
서로를 위해 알뜰하게 챙겨주곤한다.
실로 집안의 복이 아닐 수 없다.
형제들이 이렇게 무사한 것은 현대 의학의 힘이다.
작은 형은 마흔무렵 간농양을 앓아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하였다.
옛날 같았음 시름시름 앓다 죽을 병이었다.
큰형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는데 뇌에 혈류가 막힌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의사는 핏줄 속에 가느다란 선을 넣어 뇌에 막혀있는 혈관을 뚫었다.
실로 현대 의학의 승리다.
만약 두 형이 없다면 어떻게 됐을까?
내가 집안의 제사를 관장하는 제주가 되어야 한다.
제삿날이 돌아오면 제문을 쓰고 축문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우리 다섯 형제와 배우자들은 종교가 없다.
굳이 찾자면 유교인데 신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관습일 뿐이다.
다만 조상을 잘섬겨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제사는 불필요한 것인지 모른다.
제사상을 차리느라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제사는 결속을 다지는 효과가 있다.
제사가 있음으로 해서 1년에 한 번 볼 걸 두 번 보고 두 번 볼 걸 세 번 보게되는 것이다.
우리집은 설날과 추석 때 차례를 지내는 것을 포함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제사까지 다섯번을 지낸다.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할아버지 제사를 빼곤 모두 참여한다.
만약 두 형이 세상을 떠났다면 제사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고보면 몇년뒤면 나 역시 환갑.
세월은 유수와 같다.
202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