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이야기 할 때 항상 하서대감의
직계손임을 강조하셨다.
양반 중에 양반으로 행실이 바르고 고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이야기만 꺼내면 귀부터 막던 어머니도 할머니 얘기엔 그다지
토를 달지 않으셨다.
그리고 가끔 이런 말씀도 하셨다.
“울김이 양반은 양반이지”
여기서 울김이란 울산김씨로 전남 장성과 전북 순창에 세거하던
명문 양반가이다.
족보를 펼치고 세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동방 18현의 한사람인 하서 김인후
대감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 고향은 장성.
장성에 있는 필암서원은 하서 김인후를 배향한다.
효종 때에는 임금이 사액을 내려 장성 순창은 물론 호남 전체에 이름이 높았다.
“조선의 아버지들”을 쓴 백승종 선생님은 2010년 한겨레신문사에서
마련한 ‘필진의 밤’ 행사에 참가하며 처음 뵈었다.
선생님이 쓰신 역설이란 칼럼을 재미있게 보고 있던 터라 사진 찍기를
청해 사진을 함께 찍는 영광도 누렸다.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크의 도움으로 재작년엔 친구가 되었다.
지위 성별 나이 등을 뛰어 넘어 친구 맺기가 가능한 페이스북.
생각할수록 놀라운 발명품이다.
그럼 늘 왜 느닷없이 하서 대감 이야기인가 ?
책에 대감이 목록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하서대감의 인간적 면모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딸바보였다.
딸이 죽자 다하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시로 표현했다.
딸을 향한 사랑은 사위에게로 향해 사위가 입신할 수 있도록 세심히 도왔다.
도학자이기 전에 아버지였던 것이다.
책은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 김인후 이황 박세당 정약용 이익 유계린
이순신 이항복 등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리고 있다.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버지 모두 양반이기 때문이다.
논에서 일하는 개똥이 소똥이 삼월이 아버지도 끓어오르는
부정이 있었을텐데 글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 있는 아버지들은 인구대비 10%를 대표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지금은 세상에 좋아져 다수의 아버지들도 다양한
형태로 부성애를 표현할 수 다행이라 해야 할까?
아니다.
비정규직에 자영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들은 자식들 얼굴 보기가 힘들다.
혹 시간이 있어도 돈이 없으니 아버지 노릇을 못한다.
자식이 원하는 걸 해줄 수가 없다.
친한 선배가 딸아이에게 탁구채를 선물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어렵사리 탁구채를 사주긴 했지만 그 덕에 선배는
좋아하던 캔맥주를 한동안 마실 수 없었다.
(비올 때 차안에서 책을 읽으면 참 잘 읽힌다.)
2017년 7월 18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