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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1 서울 경기도

사패산 - 산에 가고 싶지만 비가 올 것 같아

by 만선생~ 2025. 7. 27.

 
 
산에 가고 싶지만 비가 올 것 같아 한 참을 망설였다.
밤에도 어렵지 않게 다니곤 했지만 문제는 바위.
비에 젖은 바위만큼 미끄러운 것도 없다.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보잔 생각으로 일단 집을 나섰다.
예상과 달리 산은 도심보다 습도가 아주 높았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나무는 엄청난 양의 물을 뿜어댄다.
전문용어로는 증산활동이라고 하는데 물관을 타고
올라온 물을 나뭇잎 아랫면(기공)으로 뿜어대는 것이다.
숲에 가면 외부보다 2-3도 가량 낮은 이유다.
그런데 기류가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연일 뜨거운 태양이 대기를 달구다 보니
물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머문다.
당연 습도가 높아지면서 후덥지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비가 오지 않는 것.
등산로 곳곳에서 나뭇가지가 매끄럽게 절단돼 있는 신갈나무 잎들을 보았다.
도토리 속에 잠들어 있던 도토리거위벌레가 마침내
주둥이로 나뭇가지를 잘라 땅바닥으로 떨어뜨린 뒤 짝을 찾아 나아간다.
우리 눈에 보일락말락한 작은 곤충은 그렇게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아간다.
해발 386m.
사패산 1보루에 오르자 서늘한 바람이 땀에 젖은 몸을 식혀준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내내 바위에 엎드려 불어오는 바람 속에 내 몸을 맡겼다.
덩~ 덩~· 덩~
산 아래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개미들이 손과 발은 물론 얼굴 위까지 기어오를 무렵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걸음을 재촉했다.
올라올 때 봤던 원추리 꽃이 참 곱다.
 
201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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