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양나라 사람 주홍사는 하룻밤만에 천자문을 짓고 머리가 새하애졌다고 한다.
머리를 얼마나 많이 썼으면 하룻밤만에 머리가 하애졌을까?
천자문은 조선 시대 학동들이 처음 배우는 학습서로 불멸의 고전이다.
머리가 하애지는게 문제일까?
이런 고전을 쓸 수 있다면 팔 하나가 없어져도 아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하룻밤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 시선이 1~2초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원고 작업...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이어서 물어보자.
하룻밤만에 읽는 역사 책은 어떨까?
역시 자신이 없다.
어떻게 역사 책을 하룻밤에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불가능한 미션을 제시한 책이 최근 나왔는데
이문영 선생님이 쓴 <하룻밤만에 읽는 남북국사>다.
당연 하룻밤만에 읽을 수 없다.
읽는 속도도 워낙 느린데다 눈이 침침해 몇 페이지 읽고 눈을 감아야 한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나 이어서 읽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 같다.
남북국은 통일신라와 발해의 역사다.
사실 지금 나는 신라 역사에 그닥 관심이 없다.
경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여행으로 가는 게 좋을 뿐 신라 역사를 파고들고 싶지는 않다.
발해 역사 역시 딱히 관심이 가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신라 역사보다는 관심이 간다.
그리하여 머릿말을 읽은 뒤 신라를 건너 뛰고 발해 역사를 읽는다.
전체 분량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하룻밤만에 읽지를 못했다.
며칠 걸렸다.
발해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최고 역사서인 삼국사기도 발해의 역사를 다루지 않았다.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도 마찬가지다.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에 편입한 이는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이다.
유득공은< 발해고>란 책을 써서 발해가 우리 역사임을
밝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용 대부분이 고려사와 중국 사서에 기록된 발해에 대한 부분을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다.
발해는 자국의 역사를 남기지 않았으므로 어쩔 수 없다.
다행히 근래 발굴 조사를 통해 발해가 한걸음 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느낌을 준다.
<하룻밤만에 읽는 남북국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2020년 블라디보스톡 박물관에 가 발해 유물을 보았다.
유물이 너무나 적어 발해실이란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220년 간 존속한 나라란 게 믿기지 않았다.
물론 블라디보스톡 박물관이 발해 전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발해 유물이
적은 건 사실이다.
하룻밤만에 발해사를 다 읽은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책은 술술 읽힌다.
재밌다.
홍라녀의 전설은 처음 들었다.
전설의 무대인 경박호에 가보고 싶다.
구글 지도를 보니 호수가 엄청크다.
자연호수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화진포와는 비교가 안된다.
흑룡강성 목단강시에 있다.
이어 10년 전 읽었던 유득공의 <발해고>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읽지않고 책장을 덮었다.
발해사를 읽었으니 이제 신라사와 후삼국사도 읽어야겠다.
202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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