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토요일 학교수업이 끝난뒤 친구와 함께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걸었습니다.
읽을거리가 있을까 싶어서요.
마침 어느 헌책방에 갔는데 김성종 작가의 책이 보였습니다.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단숨에 책값을
지불하고 책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 헌책방에서 산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아뿔사. 작가 이름이 김성종이 아닌 김성동이이었습니다.
책 제목은 "오막살이 집 한 채" 였고요.
작가 이름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그래도 돈을 주고 산 것이니
읽어나 보자 하고 책을 펴들었습니다.
문풍지가 펄럭였다. 로 시작되는 소설.
나는 어느새 소설에 몰입하여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고 있었습니다.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빨갱이 자식이란 낙인과 바둑...
산중 생활... 하산..
외판원의 하루...
그렇게 며칠 동안에 걸쳐 단편 소설집 한 권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이 책을 읽은 후의 나는 분명 달랐습니다.
가슴 밑바닥 문학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기 시작하였으니까요.
삶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지만 청소년기
읽었던 가장 중요한 책임엔 틀림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삼십대 중후반.
저는 청년사 동화책 삽화를 그리며
청년사에서 발간한 김성동 작가의 책들을 읽었습니다.
작가의 대표작인 만다라부터 우화집인 염소 그리고 작가가 직접 쓴 천자문까지.
돌아보면 작가의 책들은 내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생각도 작가의 책을 통해 더 깊어졌고요.
무엇보다 문학적 향취를 알게 해준 첫번째 작가였습니다.
들으니 어제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비록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은 세상에 남아 오래토록 읽힐 것입니다.
202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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