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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by 만선생~ 2025. 8. 10.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 담임선생님께서 물으셨어.
“여러분은 이다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각자 꿈이 있으면 말해보도록 해요.”
호리호리한 키에 머리가 반 곱슬인 부반장 승경이가 대답했어.
“전 의사가 되어 병든 사람을 고치고 싶어요.”
“좋은 꿈이구나. 지금처럼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야”
“박기홍 넌?”
선생님께선 내 가장 친한 친구 기홍이에게도 꿈을 물으셨어.
“저... 저는 훌...훌륭한 과학자... 아니 훌륭한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기술자. 아주 좋은 꿈이구나.
앞으로는 기술자가 지금보다 훨씬 대우받는 세상이 될 거야”
무엇을 만들거나 기계를 해부하기 좋아해 과학자가 꿈이었던 기홍이.
하지만 감히 과학자가 꿈이라곤 말할 수 없었어.
선생님과 반 친구들로부터 공부도 못하는 게 무슨 과학자냐는 비웃음을
사고 싶진 않았으니까.
“정용연 넌?”
선생님께선 수줍음이 많아 언제나 조용히 앉아있는 내게도 꿈을 물으셨어.
“어떤 꿈이라도 좋아. 편하게 말하렴. 긴장하지 말고”
난 용기를 내 그동안 간직해온 소중한 꿈을 말했어.
“예... 저...저는 마징가 Z의 쇠돌이처럼 인조인간 로봇의 조종사가 되고
싶습니다.
내 대답에 선생님께선 아무 말씀이 없었어.
깨기 힘든 침묵이 한동안 반 전체를 휘감아 돌았지.
이윽고 선생님께선 침묵을 깨며 말씀하셨어.
“정용연 복도에 나가 무릎 꿇고 손들어. 수업 끝날 때까지.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과학자가 꿈이었던 내 가장 친구 기홍인
훌륭한 기술자가 됐어.
한국에 주재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 회사의 엔지니어가 된 거야.
녀석의 말로는 반도체회사의 핵심기계를 다룰 줄 아는 건 국내에서
몇 안 된대.
물론 자기 자랑이지.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녀석은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것 같아.
공무원인 일곱 살 연하의 아내와 삼십평 대의 아파트...2000cc 급 승용차...
약간의 스톡옵션...
녀석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 때 간직했던 꿈을 이루진 못했어.
솔직히 말이 돼. 비행기도 아니고 인조인간 로봇의 조종사라니.
내가 좀 더 눈치가 빨랐더라면 누가 듣기에도 무난한 꿈을 말했을 거야.
이를테면 회사원 같은 거 말이지.
인조인간 로봇의 조종사가 꿈이었던 난 어느 순간 인조인간 로봇을 맘껏
그릴 수 있는 만화가로 꿈이 바뀌었어.
그리고 마침내 만화가가 되었지.
하지만 꿈을 이룬 건 같지는 않아.
인조인간 로봇을 맘껏 그리지 못해서만은 아니야.
주변의 몇몇 사람을 제외하곤 만화가로서 누구하나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이 없거든.
수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유명만화가가 꿈이었다면 현실은 아무도
내 작품을 기억해주는 이 없는 백지 상태랄까.
그래도 좋아. 부와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꿈을 포기하진 않았잖아.
누군가 말했다지.
“꿈은 이루려 애쓰는 자들의 몫이다.”
말장난에 속지 말라고?
그럼에도 까짓 거 뭐 한 번 속아볼래.
속아본 들 얼마나 더 속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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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
내 가장 친한 친구 기홍이.
어찌된 일인지 7~8년 전 소식이 끊겼다.
지금이라도 연락이 된다면 정가네소사 1,2,3권을 보내줄텐데....

20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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