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홍보하기 위해
그리게 된 짧은 웹툰.
에세이식으로 시나리오를 써봤다.
어떤지 모르겠네.
북악
산은 조선총독부 건물인 국립 중앙박물관 뒤에 있었다.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가 근처 어딘가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누구도 속 시원히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는 일반인들이 다가가기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더구나 고등학생인 나로선 그 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만 보였다.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총독부 건물이 헐리자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새로 지은 청와대 지붕도 보였다.
이 때야 비로소 나는 그 산이 북악이란 걸 처음 알았다.
도시 생활에 젖은 내게 산은 관심 밖이었다.
서울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북한산에 처음 오른 것도
삼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도무지 인연이 닿을 것 같지 않은 산이었지만 한 번 오르기
시작하자 산은 곧 병이 되었다.
북한산을 수십 차례 오르고 서울에 있는 산이란 산은 다 올랐다.
서울 내사산 가운데 하나인 인왕산에 오르면 북악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하지만 북악은 갈 수 없는 산이었다.
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것이다.
나는 왜 저토록 아름다운 산을 오를 수 없는 것일까?
분단이다.
남북 간 대치 상황이 산에 철조망을 겹겹으로 두르게 하고
수많은 초소를 두어 적의 침투를 대비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멋진 산을 혼자 독차지 하며 오르니 기분이 좋습디다.
특별한 대접을 받는 거 같아서요.
하지만 점점 미안해지는 거예요.
대통령이란 이유로 이 좋은 산을 혼자만 오르는 게.“
2007년 4월 5일.
대통령이 북악산 성곽길을 개방하며 산행에 나선 시민들
앞에서 한 말이다.
경호문제도 중요 하지만 산은 공공의 재산이므로 시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이후 북악산 성곽길은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나 역시 일 년에 한 두 번은 고색창연한 성곽길을 걸으며
정상인 백악마루에 오르곤 한다.
북으로는 북한산이 남으로는 서울 도심과 남산이 한 눈에
바라다 보이는 북악!
2009년 5월.
산 저 아래 서울 시청 광장엔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노란 물결이 끝도없이 이어졌다.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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