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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표류(漂流)

by 만선생~ 2025. 6. 20.
국학진흥원 만화 스토리.
주제는 외교인데 외교완 크게 상관 없는 이야기...
분량은 10페이지다 (너무 길다ㅠㅠ)
제목 표류(漂流) 글 그림 정용연
(어두운 밤 엄청난 파도에 정크선 한척이 수십길 아래로 곤두박질
쳤다가 수십길 위로 솟구친다.)
촤아아아아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
갈매기 날고. 그물을 만지고 있는 어부들)
어부1 “어이 저기...”
어부2 “뭐?”
어부 3 “가만 저기이 청국 사람들 아녀유?”
어부1.2 “맞어유 맞어”
(멀리 부서진 정크선. 해안가에 다가오는 파리한 모습의 뱃사람들)
N 1734년(영조10) 9월
청나라 상인들이 향해 도중 태풍을 만나 충청도 태안 바닷가에
표류해왔다.
이들은 외교 관례에 따라 서울로 이송돼 남별궁에 머물렀다.
(주) 남별궁-조선후기 중국사신들이 머무르던 곳.
지금 서울 시청앞 조선호텔 자리에 있다.
관원1 “대국 사람들인만큼 대접을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야.
관원2 “예 나으리”
N 표류해온 청나라 상인들이 남별궁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은
곧 한양 전체로 퍼져나갔다.
(도성 한양의 모습. 기와집 사랑채 안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선비1 “오랑캐 아닌가?”
선비2“ 오랑캐라니 그들은 망국의 백성일 뿐입니다.
듣건대 대국사람들 일부는 비밀리 반청복명을 꾀하고 있답니다.
아무튼 중화에서 온 사람들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겠습니까?”
선비1 “하긴...기자께서 이 나라에 예의와 문물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우린 아직도 오랑캐의 습속을 버리지 못한채 살고 있을 게야.“
선비 2“ 조정에서는 비록 청의 연호를 쓰고 있다하나 우리 유생들은
끝까지 명의 연호를 쓰고 있는 까닭이지요.
비문을(碑文)을 쓸 때도 유명조선(有明朝鮮)이라 하여 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지 않습니까.“
{한양 거리를 걷는 선비2. 독백)
“어려서부터 성현의 말씀을 담은 경전을 읽는 한편 이백 두보 소동파
백낙천 같은 당,송의 시를 읽었다.“
(동정호 악양루 풍경위로 싯구절)
今上岳陽樓*(금상악양루) 오늘 악양루에 오르니
乾坤日夜浮 (건곤일야부) 하늘과 땅이 밤낮으로 떠 있고
老病有孤舟 (노병유고주) 늙고 병든 이 몸 외로운 배처럼
憑軒涕泗流 (빙헌체사류)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짓노라
“두보가 악양루에 올라 바라는 동정호의 모습은 얼마나 장할 것인가!
살아 당과 송의 시인들이 읊었던 장강을 따라 악양루에
오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누구라서 동정호를 가볼 것인가!
설령 서장관에 임명돼 청국 땅을 밟을 수 있어도 연행길 외엔
갈 수 없지 않은가!
사방 3000리도 안되는 조선 땅에 태어난 것이 한이로구나.“
N 중국 사신들이 머무르던 처소 남별궁.
그 곳엔 뜻하지 않게 표류해온 상인들을 만나려는 조선인들로
북적였다.
(하급 관리. 대문 앞에서)
“돌아가시오. 돌아가. 오늘은 너무 늦었소.”
(선비들)
“허 이런 필담이나 나눌 수 있을까 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건만...”
(기와집)
선비1 (반색하며)
“여보게 연통이 왔네.
남별궁 책임자인 숙부님께서 청국인과 대면을 하도록
주선하신 게야“
선비2 “그게 정말인가?”
N 남별궁
(관리. 선비 1과 2에게 안내를 하며)
“왕대인이십니다.
역관이 없는 관계로 부득이 필담을 나눌 수밖에 없음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중국 상인) “니하오마”
(선비1. 2. 붓을 꺼내들고)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인사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선비1) “절강성에서 오셨다니 혹 왕희지의 후예가 아니십니까?”
(중국 상인) “맞습니다. 왕희지. 왕단 이분들 모두 우리 조상이지요.”
(선비2) “대인께선 상단을 이끄는 단주로써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셨다
들었습니다.”
(중국 상인) “예 장사일로 수만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녔지요.”
(선비2) “조선 사람들은 당과 송나라 시인들이 읊은 항주, 소주, 동정호를
가보고 싶어하지만 가볼 도리가 없습니다.
과연 그 풍경이 어떠합니까?“
(중국 상인) “좋긴 합니다만 왜 굳이 멀리서 구하려 하십니까?
천하의 사람들이 금강산에 가보길 소원하는데...
소동파 또한 원생고려국 일견금강산(願生高麗國 一見金剛山)이라 해
고려국에 태어나 금강산에 가보지 못한 걸 아쉬워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선생은 금강산에 가보셨겠지요?“
(선비2 당황한 얼굴. 클로즈업. 신음하듯 읊조린다) “금강산...”
(도성 안을 걷는 선비2. 독백)
“아뿔사. 내가 내안에 있는 진주를 보지 못하고 남의 것만 탐했구나.
가자. 금강산으로.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역만리 떨어진 동정호에 비할손가!“
그해 가을. 한 선비가 시종 하나를 데리고 금강산으로 가는
금화현 고개를 넘었다.
(일망무제로 펼쳐진 금강산 풍경. 그를 바라보는 선비의 뒷모습.)
“내 나라 내 땅을 모르고 어찌 천하를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만화는 조선후기 학자이자 관리였던 권상일의 “청대일기
(淸臺日記)”를 바탕으로 그렸습니다.

201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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