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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여자의 뒷모습

by 만선생~ 2025. 4. 26.

 

백화점서 옷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청바지 차림의 아가씨 한 명이 앞서 걸어가고 있는 거다.
긴생머리에 끝을 웨이브하여 찰랑찰랑하고 허리는 잘룩하였다.
무엇보다 다리가 길었다.
상반신이 길고 하반신이 짧은 나와는 전혀 다른 체형이다.
걸음도 가뿐하였다.
한손엔 여러개의 종이백이 들려져 있었는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종이백이 흔들렸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나보다.
나는 여인의 얼굴이 궁금했으나 앞질러 가서 돌아 볼 순 없었다.
나는 그리 뻔뻔한 사람이 못된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거다.
나는 곁눈질로 여인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미인은 아니지만 이십대의 풋풋함이 묻어나 보기가 좋았다.
특히 턱선이 아주 날렵했다.
깜박이에 파란 불이 켜지고 나는 여인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일부러 쫓아가는게 아니고 같은 방향이어서 걷는 것이었다.
그렇게 100미터 쯤 걸었나보다.
한 사내가 앞으로 걸어오더니 여인이 이내 사내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여인은 사내 품에 안기며 환하게 웃었다.
사내 역시 활짝 웃으며 여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둘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서른 쯤 되어보이는 사내는 옷차림에 그닥 신경을 쓰진 않았다.
어쩌면 여자를 만나는데 옷차림이 뭐냐고 한소리 들을만 하다.
헌데 여인은 그에 전혀 개의치 않고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사내도 여자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들을 뒤로하며 가던 길을 터벅터벅 계속 걸었다.

202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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