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단상

강감찬 장군

by 만선생~ 2023. 12. 10.
2023년 말, 고려 특수가 일고 있다.
KBS 대하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때 맞춰 원작소설인 "고려거란전쟁"(길승수 지음)이 재출간되어
세일즈포인트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더하여 수많은 유튜버들이 방송에서 "고려 거란 전쟁"을 이야기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에 대한 조명도 활발하다.
 
강감찬 장군은 우리 큰형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강감찬 장군을 다룬 어린이 위인전에서 제방을 터트려 거란군을 몰살하는
장면은 어린 형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
이후 형은 군인이 되고자했다.
사관학교에 들어가면 입학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다른 학과는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
사관학교에 원서를 넣은 형.
하지만 형은 탈락했다.
연좌제 때문이었다.
육촌 당숙이 빨치산 활동을 하다 총살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이런 사연을 들은 나는 '武' 라는 제목의 단편 만화를 그렸다.
이후 이 에피소드는 "정가네소사"란 세권짜리 단행본 속에 묶여 나온다.
어린시절 역사를 좋아했던 나!
나는 역사 만화가 백성민 선생의 만화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80년대 선생은 소년 경향에 인물국사만화를 총 9회 연재했다.
이순신 3회 화랑관창 3회 그리고 강감찬 3회였다.
 
열아홉살 때였던 것 같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헌책방에 들른 나는 소년경향을 손에 넣었다.
잡지엔 선생의 선생의 만화가 실려있었다.
강감찬!
난 선생이 강감찬 원고에 눈을 뗄 수 없었다.
표지 그림이 너무 멋져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소년경향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뽑아내어 그 분의 그림을 따라 그렸다.
오늘 올린 바로 이 그림이다.
그 때 지녔던 소년 경향은 사라지고 없다.
아마 선생도 원고를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실린 책 뿐아니라 원고조차 잘 챙기지 않으시므로.
제자가 베껴 그린 선생의 그림.
고려 특수를 맞아 나도 살짝 올라타는데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지금 내가 열아홉살이라면 누구의 그림을 베껴 그리고 있을까?
당연 "칼부림"을 그린 고일권 작가의 그림이다.
백성민 선생과 마찬가지로 대단한 필력을 지녔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두 작가의 발뒷꿈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천재들의 놀이터만은 아니다.
나같은 둔재도 놀이터 한 곳에서 놀 수가 있다.
엄청난 필력이 있어야 만화를 그리는 건 아니란 말이다.
못그리면 못그리는대로 그리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자신만의 색깔과 무늬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만화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의  (1) 2023.12.18
만화 단상 넷  (1) 2023.12.17
지자체 의뢰 그림  (0) 2023.12.02
선택  (1) 2023.12.02
돌아오라 용연아  (1) 202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