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를 그릴 때 펜탈 붓펜을 알기 전까지는 붓으로 먹칠을 하였습니다.
머리카락 어두운밤 검은옷 그림자등을 말입니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 먹칠이 끝난 뒤 붓을 씻지도 않고 내버려두었습니다.
당연히도 다음, 먹칠을 하기위해 붓을 꺼내들면 어김없이 붓끝이 갈라져 있었습니다.
붓을 더이상 쓸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없는 형편에 붓을 새로 사곤 하였습니다.
옛날 선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붓을 쓰고나면 빨아야 했습니다.
그래야 붓을 다시 쓸 수 있었습니다.
연적이란게 있습니다.
물을 담아놓는 조그만 도자기입니다.
먹을 갈 때마다 물을 뜨러 우물까지 가야하는 게 힘드니 가까이서 언제든
쓸 수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늘가는데 실가듯 연적과 함께 짝을 이루는게 바로 붓을 씻는 필세입니다.
붓 필 씻을 세.
펜탈 붓펜이 나온 뒤 붓을 씻을 일이 없음에도 나는 우연잖은 기회로 필세
하나를 마련하였습니다.
조선시대 말 혹은 일제강점기 초, 함경도 지방에서 생산된 철화문 용기입니다.
(정확한 용어를 모릅니다.
물건을 건네준 분이 뭐라 말씀을 했는데 메모를 하지않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짐작컨데 모양이 투박하여 가난한 선비나 학동이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북에서 만들어진 옛물건들이 그러하듯 이 물건 또한 중국 단둥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저 시절 인연이 되어 집안 한 켠에 놓여져 있습니다.
솔직히 모양이 투박하여 그닥 마음이 가지않았더랍니다.
헌데 사람 우리집을 찾은 어느 분께서
이 필세를 보고 너무나 예쁘다 하시는 겁니다.
그 뒤론 필세가 좀 달라보였습니다.
만약 그분의 반응이 시큰둥했다만 오늘 이샅은 포스팅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면 참으로 간사한게 사람의 마음입니다.
202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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