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에서 신세를 지곤하는 한기형네 집 바로 옆에는
골동품경매장이 있어 일요일마다 경매가 이루어지곤 한다.
경매만 하는게 아니라 물건을 직접 판다.
교직을 퇴직한 내외가 운영하는데 두 분 다 많이 늙으셨다.
골동품 인기가 시들한 정도가 아니라 말라비틀어져 내내 찾아오는 손님하나 없다.
차라리 문을 닫는게 낫겠다 싶은데 꼭 그 건 아닌 것 같다.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그나마 이 거라도 하지 않으면 뭘하겠는가?
내 나이에 골동품에 관심을 가진 이는 거의 없다.
희귀동물이다.
그렇다고 가진 재산을 모두 골동품 수집에 쓰는 열혈 마니아는 아니다.
그냥 옛 것이 좋아 조금씩 사모으는 정도다.
지난해와 올해는 산 것이 거의 없다.
형편이 그랬다.
나는 참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날리 없다.
하여 골동품점에 들어가 구경을 한다.
그런데 눈에 띄는게 있다.
나주반이다.
마침 나주반이 없던 터다.
얼마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싸다.
"이거 주세요"
내친김에 옆에 있는 좀 작은 나주반도 달라고 했다.
주인 어른 말로는 조선시대 중인이 쓰던 거란다.
천판에 변죽을 붙이지 않은게 증거란다.
옆에 상민이 썼다는 나주반엔 변죽이 붙어있었다.
통으로 천판을 깎은 것에 비해 품이 덜든다.
그러고보니 내가 산 나주반 상판 아래 운각엔 문양이 새겨져 있다.
멋을 부린 것이다.
아마도 양반들이 쓰던 소반은 형태가 또 다를 것이다.
같은 상이라도 신분에 의해 차별을 뒀다.
눈에 뭐가 씌였는지 옆에 해주반이 있어 그 것까지 달라고 했다.
종이로 만든 찻상도 샀다.
하루 상을 네 개나 산 것이다.
집에 돌아와 동백기름으로 소반들을 닦았다.
그리고 나주반에 상을 차렸다.
그림이 그런대로 나온다.
밥도 맛있게 먹었다.
집에 소반이 아홉개.
난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없는 소반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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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