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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신해철

by 만선생~ 2025. 10. 25.
88년도 였던가?
친구 녀석이 어느날 마이마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어폰을 끼고.
녀석은 무한궤도의 노래라며 이어폰을 내귀에 꽂았다.
음악이 아주 낯설고 시끄러웠다.
난 곧 이어폰을 친구녀석에게 건네주었다.
친구녀석은 그 시끄러운 음악을 듣고듣고 또들었다.
무엇보다 가사가 좋다고 했다.
모르긴해도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들었을 거다.
얼마 뒤 무한궤도의 리더가
나와 동갑내기란 사실을 알고 퍽이나 당혹스러웠다.
친구녀석의 영혼을 사로잡은 그래서 이전과 달리 나의 존재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친구녀석의 태도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나와 동갑이라니.
내 가슴속엔 무언가가 맹렬하게 타올랐다.
바로 질투심이었다.
만약 그가 한살만 더 많았어도 질투의 감정이 그토록 맹렬히
타오르진 않았을테다.
스물한살.
그랬다.
이룬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나와 달리 그는 단순히 곡을 받아 노래를
부르는가수가 아닌 싱어송라이터로 또 그룹의 리더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의 노래를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그의 활동은 전혀 내 관심밖이었다.
그런 그를 우호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고나서다.
내가 사랑했던 한 정치인의 죽음을 나와 똑같이 슬퍼하고 있다는 사실.
나는 비로소 맹렬하게 타올랐던 질투의 감정을 거두었다.
그런 그가 현재 까닭모를 병으로 의식불명상태라 한다.
나와 동갑인 까닭에 남의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마흔 일곱.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
그의 회복을 기원한다.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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