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생활

윤리에게 싸다구를 맞다

by 만선생~ 2025. 11. 9.
 

그날도 헐레벌떡 겨우 지각은 면했다.
가까스로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 정문을 들어서는데
운동장 한편에서 윤리선생이 나를 부른다.
"어... 지각은 아닌데..."
선생은 다짜고짜 내 볼따구를 움켜쥐더니 냅다
따귀를 갈기는 것이었다.
"이 새끼 복장하곤"
한대 두대 세대 네대 다섯대...
"가 이새끼야"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내 옷차림을 봤다.
조금 헐렁했지만 따귀를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야 옷매무새가 왜 그래.
좀 단단히 하고 다니라고"
이정도로 끝날일이었다.
하루종일 우울했고 시간이 가도 그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세월이 지나 난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난 그저 분풀이 대상일 뿐이었다.
만약 부잣집 아들에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다면
이런 식으로 막 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좋으니 만만한 놈 하나 잡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면 되었다.
물론 전혀 윤리적이지 않다.
선생에게 윤리과목은 그저 밥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의 불쾌함이 개털에 달라붙은
가래침마냥 떨어지지않고 남아있다.
아 대한민국 학교여~

2015.11.9

'에세이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중현 선생의 사인  (0) 2025.12.03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0) 2025.11.18
회사 이름  (2) 2025.11.06
여자의 뒷모습  (0) 2025.11.06
정용연입니다.  (2)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