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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여주 청미천

by 만선생~ 2023. 12. 17.

어제는 여주여강 제 1 지류인 청미천에서 놀았다.
여울물 샛강 모래톱 갈대숲 살얼음 겨울철새...
4대강 공사로 큰강들이 처참히 유린된 가운데 지류인
청미천은 그나마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바람에 깍이고 부서진 바윗돌.
바윗돌 작은 알갱이들이 물살에 밀려와 섬이 되었으니 바로 모래톱이다.
 
철새들이 지친 날개를 접고 잠시 쉬어가는 곳.
모래톱에 가기 위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었다.
차가운 물살이 발목을 적시고 굵은 모래알이 발바닥 살점을 뚫고 올라오는 듯 하다.
모래섬에 거의다 이르를 무렵 갑자기 몸이 허리 아래로 푹 꺼지고 말았다.
모래늪에 빠진 것이다.
허리 아래까지 차오르는 물...
순간 제 2 롯데월드가 생각났다.
모래강인 한강(신천강)을 매립한 뒤 올리는 초고층 빌딩...
잠실 일대에 싱크홀이 여기저기 생겨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 늙은이의 노욕이 엄청난 대참사를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물에 젖은 신발을 신고 갈래갈래 나뉘어 흐르는 샛강을 건너고 모래섬에 서있었다.
아름다웠다.
살아있어서 아름답다.
물살이 끊임없이 흐르는 가운데 물줄기가 바뀌고 모래톱은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리라.
하지만 청미천도 개발의 마수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자전거도로를 놓는다는 구실로 천변에 제방을 쌓고 일자로 길을 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공사일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은밀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커넥션으로 강이 죽어간다.
강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데 누군가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오늘도 강을 파헤친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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