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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내

용문 성당

by 만선생~ 2023. 12. 11.

 
 
지난 금요일 만화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성당이 보여 들어가 봤다.
한국 카톨릭 수원 교구의 용문성당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성당 설립 100주년 상이 있는데 건물이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았다.
80년대 흔하디 흔한 공법으로 지은 종교건축물이었다.
성당엔 아무도 없었다.
말 그대로 쥐죽은 듯 조용하다.
여기 저기 돌아보니 시설이 참 낡았다.
있던 신자도 달아날 판이다.
시설이 좋고 나쁘고와 믿음과는 상관관계가 없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그랬다.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천주께 미사를 드리는 성전이다.
성전은 여느 성당과 마찬가지로 창마다 스테인글라스로 된
문양이 장식돼 있었고 중앙엔 고난 받고 있는 예수상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성전을 가로질러 앞자리에 가 앉았다.
마침 탁자엔 성경과 함께 천으로 된 지갑이 놓여 있어 열어보았다.
미사를 드릴 때 쓰는 하얀 천이 나왔다.
천을 지갑에 다시 넣은 뒤 성경책을 펴들었다.
사도신경을 비롯해 2~30페이지를 내리 읽어 내려갔다.
마음의 울림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낯선 일이었다.
인류가 생긴 이래 사람들은 줄곧 신을 믿어왔다.
태양신부터 달신 별신 바위신 불의신 땅신 귀신 그리고 유일신까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는다.
하지만 신은 한 번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없으니까.
성경책을 내려 놓은 뒤 한동안 눈을 감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함만이 성전을 감돌았다.
아니 소리가 들리긴 하였다.
2010년 귀 수술을 받은 뒤 생긴 이명이다.
일상생활을 할 땐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 이명이 크게 들렸다.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소리다.
자리에 일어나 뒤를 돌아보았다.
중년 여자 한 분이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기도를 드리는 듯 했다.
고해성사실을 거쳐 밖으로 나와보니 해가 기울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용문성당 내력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했다.
1915년 완공한 흑백사진 속의 성당은 건축물로서 가치가 있어 보였다.
1956년 한국전쟁으로 파괴된 건물을 다시 일으켜 세운
성당 건물도 큰 특징은 없지만 소박해 보여 좋았다.
저 안에 들어가 기도를 하면 신심이 깊어질 듯 하다.
하지만 80년대는 개발 독재의 시대였다.
빨리빨리 문화가 사회 전체를 지배했다.
건물은 내구성을 따지지 않았다.
아름다움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결과는 지금의 용문성당이다.
영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건물!
종교는 없지만 제대로 된 종교 건축물을 보고 싶단 소망은 채워지지 않았다.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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