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책을 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쌓아놓고 있는 줄 알고 하는 소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책을 쌓아놓고 있지 않다.
한 두권 있을 뿐이다.
그 것도 내 돈 주고 산 책이다.
작가라고 해서 출판사에서 책을 거저 가져오는 게 아니다.
70% 가격에 살 수 있지만 그 건 대량으로 살 때 이야기다.
한 두권은 일반 독자와 똑같이 서점에서 산다.
한두권 사면서 출판사에 연락을 하는 것도 그렇다.
그러니까 책을 달라는 것은 내게 책값만큼의 돈을 달라는 것과 같다.
만약 그 책이 <목호의 난>이라면 18,000원이다.
인세 10%를 뺀 16,200원이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다.
인기 작가라면 모를까 겨우 겨우 연명을 해나가는
처지에선 상당히 부담스럽다.
한 권 사주질 못할망정 공짜로 달라고 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인이라고 해서 밥값을 안내고 나가면 어떨까?
옷을 팔고 있는데 옷을 그냥 가져 가면 옷을 가져온 가격만큼 손해를 본다.
작가의 책도 마찬가지다.
책을 그냥 주면 그 가격만큼 손해를 본다.
열 권을 팔아야 겨우 그 돈이 메꿔진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책을 한권씩 보낸다.
작가 몫으로 열권 정도 주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고스란히 작가 부담이다.
문제는 책을 줘도 묵묵부답이란 거다.
후기를 남기는 것은 고사하고 '잘읽었어' 라는 문자 하나 보내는 법이 없다.
만나도 책에 대해 입도 뻥긋 안한다.
책을 내기 위해 수년동안 고생한 나로서는 서운하고 또 서운하다.
나는 자선사업을 위해 책을 내지 않는다.
생활인으로서 수익을 기대하며 책을 낸다.
정치적 뜻이 있거나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재벌이 아니라면 모두 그러할 것이다.
제발이지 책을 사주지 못할망정 그냥 달라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202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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