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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생활

귀에 설음

by 만선생~ 2026. 1. 29.

귀에 설음

기아 타이거즈 선수 이종범이 현역시절 방송 인터뷰에서 선동열을
일컬어 말했다.
"동열이 형"이 어쩌고 저쩌고.
선동열이란 풀네임만 듣던 내겐 귀에 설었다.
하긴 형이라 부르는 게 당연하다.
팀동료이지 않은가!
다만 우린 사적 공간에서 선동열을 만날 일이 없으니 선동열이라고 한다.
이름 뒤에 씨나 선수란 말도 붙이지 않는다.
대통령 박정희를 그냥 박정희라 하듯이.

만화가 이희재 선생님께서 언젠가 허영만 선생을 일컬어
형만이형이라 해서 귀에 설었다.
허영만 선생의 본명이 허형만이다.
아마도 또래 작가들 사이에선 형만이라 불리나보다.
연배가 있는 선배 작가님들을 뵐 때는 항상 선생님이라 한다.
나보다 앞서 길을 걸은 것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다.
하지만 개인적 친분이 없는 분들은 선생이라고만 한다.
이현세 선생, 허영만 선생, 김수정 선생...
하지만 직접 뵙게되면 당연 선생님이라 부른다.

언젠가 이희재 선생님을 찾아 뵈었을 때다.
미술평론가이신 최열 선생님을 함께 만났는데 내가
차로 최열 선생님을 바래다 드리게 되었다.
댁까지 가는동안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의 골자는 최선생님께선 회화만 다루신다는 거다.
조각이나 건축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으신다.

"유홍준 선생은 조각 회화 건축 등 전방위적으로 이야기를 하시는데요."

"아. 그 형은 팀이 있거든.
팀이 있으니 그렇게 할 수가 있는 거지.
혼자 모든 걸 다해야하는 내겐 불가능한 얘기야."

유홍준이란 공적 이름으로만 부르던 분을 형이라 부르니
역시 귀에 설었다.
사회적 공인들은 언제나 풀네임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적으로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친구다.
사적으로 만날 일이 없기에 공적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가끔 그들의 호칭을 이렇게 사적으로 들을 때 신기하다.
귀에 선 호칭들.

20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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