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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비디오 가게 아줌마 2

by 만선생~ 2026. 1. 29.
밀레니엄을 넘긴 2001년 겨울이다.
눈발이 날리던 밤 비디오 가게를 갔는데 아줌마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남편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넓지않은 실내 공간.
여자 혼자 있는 가게에 있으려니 어색하였다.
나도 모르게 치한으로 오해받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서 차마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는.
나는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비디오를 골랐다.
비디오 제목이 앤드 가르시아가 나오는 "환생 Dead Again" 이었다.
" 어... 저도 이거 재밌게 봤는데..."
아줌마는 가지런한 잇속을 드러내보이며 웃었다.
미인은 아니지만 귀여운 얼굴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서너살 어려보였고 손이 고왔다.
짧은 순간이지만 손이 눈에 들어왔다.
아줌마는 내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묻지 않고 비디오를 빌려주었다.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롭게 혼자사는 처지여서인지 누군가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차올랐다.
누군가의 아내이긴 하지만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동네 수퍼와 함께 나의 유일한 나들이 장소였던 비디오 가게.
가게는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날 가보니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곧 그 가게의 단골이 되었고 주인은 내 이름을 기억했다.
하지만 별다른 느낌없이 무덤덤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아줌마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꽃이되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설레었고 그녀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말리야를 넘자면 히말리야를 넘을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녀의 얼굴은 잊혀졌다.
아주 작은 편린으로 기억될 뿐이다.
이제는 50대 중년의 여자가 돼있을 것이다.
염색으로 흰머리는 가릴 수 있어도 늘어난 눈가의
주름을 그 어떤 화장품으로도 가릴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나의 이름은 까마득히 잊혀졌을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산업지형은 경천동지할
만큼 바뀌어 비디오 가게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옛 시간에 속에서만 자리할 뿐이다.
밀레니엄 이듬해인 2001년 겨울.
눈발이 날리던 어느 날 밤 비디오 가게를 찾았다.
마침 남편은 보이지 않고 여자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비디오를 빌린 뒤 나오려는
순간 그녀가 부른다.
"용연씨. 괜찮다면 저와 같이 좀 있어주실래요?"
스토리가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았으련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뒤이은 비디오가게 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던 것이었다.
 
20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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