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전 북한산 원효봉에 올랐을 때 눈살을 찌뿌렸다.
복원된 절 때문이다.
폐사지로 있을 땐 고즈넉해서 좋았는데 복원하고나니 눈맛이 사라졌다.
글라인더로 깎은 기단석과 골재로 사용되고 있는
더글라스 소나무가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았다.
거기다 얼기설기 끌어온 전선과 생활도구들을 바라보노라니 심란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다.
알게모르게 계곡물을 더럽히고 생활 쓰레기들을 방출할 것이었다.
공해가 아닐 수 없다.
중들이 불도엔 관심이 없고 잿밥에 눈이 멀어있다.
북한산성 최대 절이었던 중흥사도 한 참 복원공사 중이니 할말을 잃는다.
제발이지 복원 좀 하지 마시라.
절을 지으려면 시내 한 복판에 지어라.
폐사지는 폐사지로 남아있을 때 좋다.
그림으로 치면 폐사지는 여백이다.
여백이 있어야 마음이 여유롭다.
폐사지는 우리의 상상력을 가동하게 한다.
탑들과 기단석들을 통해 영화로웠던 시절을 떠올린다,
외적의 손에 불타없어지는 장면도 그려본다.
유교 근본주의자의 손에 들려있는 불씨도 그려볼 수 있다.
땅밟기를 자행하고 불상을 훼손하는 기독교 근본주의들과 닮은 꼴이다.
사회를 좀먹고 분열로 내모는 암적 존재들이다.
나는 공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다.
땅주인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빌딩 숲 사이의 작은 쉼터가 오래오래 남아있길 바란다.
그림도 완성 이전, 그러니까 손 조금 덜 본 상태가 좋다.
채워져야 맛이 아니고 비워두어야 맛인 거다.
여느 문화재들도 마찬가지다.
왜 굳이 복원을 그리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하면 말을 안하는데 얼렁뚱땅 대충 하니 안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던 양주관아터도 그렇게 잃었다.
어느날 갑자기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헤치더니 뚝딱하고 양주관아를 복원하였다.
복원된 양주관아의 모습은 참담하기 이를테 없었다.
문화재라고 물려받은게 이런 쓰레기라니.
기성세대로서 아래 세대에게 미안했다.
2022년 1월.
남도여행 중 강진 월남사지를 갔었다.
월출산을 뒤로하고 서있는 백제 양식의 3층석탑이 오랫동안 눈길을 붙잡았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풍경이 좋았다.
비어있음이 좋았다.
가끔씩 폐사지를 찾는 이유다.
202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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