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 장릉 엄흥도 정려각
단종의 죽음을 다룬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화제다.
유튜브엔 그와 관련한 영상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화제성으로 보건대 천 만은 아니더라도 손익분기점은 훌쩍 뛰어넘을 것 같다.
그와 함께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영월 청령포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영월 청령포를 가본 것은 두 차례.
공교롭게도 두 차례 모두 여성과 다녀왔다.
누가 말하길 추억이 많은 게 부자란다.
아쉽게도 둘 다 연락이 안되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각설하고 청령포를 찾으면 자연스레 단종의 무덤인 장릉도 찾게 된다.
단종의 시신이 수습된 건 영월군 호장인 엄흥도 덕분이었다.
그는 삼족의 죽음을 무릅쓰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
세월이 흘러 죽임을 당한 어린 임금은 노산군에서 단종으로 복권 되었고
엄흥도는 의인이 되었다.
죽음을 무릎쓰고 의를 실천한 이 엄흥도!
영화는 엄흥도에 대한 이야기다.
나라에서는 그를 기려 정려각을 세웠는데 나무 그늘 아래
자리잡은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려비의 비문과 편액 글씨도 인상적이었다.
편액 글씨 가운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上之三十三年이라는 기년 표시다.
중국 황제의 연호가 아닌 임금이 즉위 한 해를 가리키는 上之를 쓴 것이다.
상지 33년은 순조 33년을 가리킨다.
청령포와 장릉을 돌아보면서 이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단종의 죽음이 슬플 뿐이었다.
한데 누군가는 이 걸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흥행까지 하니 세상은 모를 일이다.
같은 사물을 봐도 누구는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을 하고 누구는 무심코 지나가는.
하긴 고려 말 제주도에서 있었던 목호들의 반란을 나 말고 만화로 그릴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 임자는 다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202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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