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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1 서울 경기도 (둘레길)

서울둘레길 9차 별도 후기

by 만선생~ 2026. 5. 28.
서울둘레길 9차 별도 후기
5월 16일 서울둘레길 9회차 18코스.
이북오도청 앞을 지나 평창동으로 가는 길이었다.

언덕 길에 하얀색 2층 집이 보였다.
2층 벽면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이 그려져 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만화 그림을 캔버스로 옮겨 유명해진 미국의 팝아트 작가다.
'행복한 눈물' 역시 만화 속 한 장면 같다.
팝아트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앤디 워홀이다.
아무리 미술에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한 번 쯤 그의 작품을 봤으리라.
마를린 먼로가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는 그림 말이다.
그에 비해 리히텐슈타인은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작가였다.
리히텐 슈타인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문이었다.
비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아니 그렇게 의심되던 작품이 바로 '행복한
눈물'이었던 것이다.
재벌들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은 예술을 사랑해서만은 아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림엔 세금이 안 붙는다.
자녀에게 부동산이나 현금을 물려주는 대신 그림을 물려주면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비자금을 세탁하는 용도로 그림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행복한 눈물이 그려진 이 집이 눈에 익었다.
처음 본 게 아니다.

 

 
 
집에 돌아와 사진 폴더를 뒤져보니 2012년 11월 북한산둘레길을걸으며 이 집을 봤던 거다.
그 때도 이 그림이 인상적이었는지 나는 사진을 찍어두었었다.

비디오 아트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백남준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고등 사기다.'
사진을 복제한 것에 지나지 않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면 정말이지 예술은 사기란 생각이 든다.
똑같은 그림이라도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하고 편의점 알바 일당에도
못 미친 돈을 받기도 한다.
그림은 정해진 가격이 없다.
공산품이 아니라 그렇다.

 

만화가 정용연이 그린 원고 한 장을 천 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천만원짜리가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내 원고를 사겠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수 년에 걸쳐 쓰고 그린 책도 2쇄를 찍지 못하고 있다.
백남준 표현대로라면 사기는 커녕 일용할 양식조차 벌지 못하는 무능력자다.

사기를 치고 싶다.
합법적인 사기.
속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서울둘레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5조 조장 정용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