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에게 만화책을 사다주는 아버지
2002년 대통령 선거 기간 있었던 이야기다.
노무현 후보의 아들 노건호씨가 쓴 에세이 한 편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았다.
아버지와 얽힌 추억을 써내려간 글이었다.
꽤나 긴 글인데 문장이 자연스러워 읽기 좋았다.
25년이 지난 지금 글의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가지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건호씨가 말하길 어느날 아버지가 글을 왜 잘써야 하는지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글을 잘썼다.
국회의원 시절 비록 대필 작가의 손을 빌었지만 "여보 도와줘" 라는 에세이책도
냈고 재임 기간엔 연설문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지금도 인터넷에 회자되는 독도 연설문은 연설 비서관을 시키지 않고 직접 썼다고 한다.
진영을 떠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명연설문이다.
대통령의 낭낭한 목소리로 연설문을 듣다보면 독도 수호의 의지를 절로 다지게 된다.
또 하나.
건호씨가 중학생일 때 어느날 아버지가 고우영 작가의 <<삼국지>>세트를 사다
주었다는 대목이다.
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참 고마웠다.
하위문화로 천대받던 만화를 아무 편견없이 사다주는 아버지.
권위의식에 찌들지 않고 마음이 열려있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유시민 전 장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힘들었을 때 온몸으로 지켜준 이가 바로 유시민 전 장관이었다.
퇴임후 고향인 봉하로 내려갈 때 유시민 전장관을 단상에 올라 인사를 시킨 건
이같은 고마움의 표현이다.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전장관이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다.
어느 기자가 유시민 의원실에 들렀던 이야기를 썼는데 의원실에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이 있었다고 한다.
국회의원실에 만화책이 있다니.
비록 일본 만화지만 만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나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이 것은 유시민 전장관이 쓴 글을 보고 알게된 사실이다.
어린 아들에게 최호철 작가가 그린 <<태일이>란 만화를 사다 주었다는 거다.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그린 전기 만화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제 몸에 불을 사르던 장면을 아주 감동적으로 그렸다.
유시민 전장관의 정치적 지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역시 만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웠다.
내 책을 사다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하긴 그 때는 <<정가네소사>>가 출간 전이었다.
아무리 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가 없다.
나는 두 사람을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시민의 염원이었던
검찰개혁이 뒤로가고 있는 이 때 지식인으로서 용기 있게 나서준 유시민 전장관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물론 '항소이유서'부터 유시민 전장관의 저작들을 나올 때마다 사설 읽은 열혈 팬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다면 유시민 전장관만큼 글을 잘썼으면
좋겠다는 것.
유시민 전장관은 아주 복잡한 사안을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리고 표현이 아주 고급지다.
가히 언어의 연금술사다.
대중이 그의 말에 열광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인터넷엔 유시민 전장관의 말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섬네일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모두 앞 뒤 맥락을 잘라내 섬네일만 보면 세상에 다시 없는 악당이다.
언론 지형이 그렇다.
2026.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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