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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만화

임진왜란 바다전쟁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

by 만선생~ 2024. 1. 12.

때린 놈은 잠을 잘잔다.
때렸다는 사실조차 잊고 말이다.
반대로 맞은 놈은 잠이 안온다.
분해서 견딜 수가 없다.
이웃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그렇다.
해양 국가인 일본은 반도국가인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우리나라 최고 역사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엔 왜인들이 쳐들어와
노략질했다는 기록이 심심잖게 나온다.
고려말엔 엄청난 수의 왜구가 들끓었다.
도적떼가 아닌 정규 군대와 다를 바 없었다.
준동하는 왜구를 물리치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이가 바로 이성계다.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이성계는 정도전 등의 신진사대부와 손잡고 조선을 세웠다.
200년 동안 이어진 평화!
그 평화를 깬 것은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였다.
1593년 4월 선발대 15만8천 7백명이 부산진에 상륙한데 이어 몇 만의
군사가 뒤를 이었다.
7년 전쟁의 시작이다.
조총을 앞세운 이십 몇 만의 군사가 온 나라를 헤집고 다니며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불태우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탱화속에 그려진 지옥도가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었다.
때린 놈은 잠을 잘잔다.
때렸다는 사실조차 잊고 편히 잔다.
일본인들은 임진왜란 당시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는 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아니 '분로쿠 역'과 '게이초역'은 마치
없었던 일 같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다루는 콘텐츠는 극히 드물다.
그에 반해 맞았던 우리는 잠을 못잔다.
그리하여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총맞아 죽고 칼맞아 죽고 재산을 뺏기고
더하여 능욕 당하고 코가 베이는 것도 모자라 끌려가 노예가 되고...
뼛속깊이 각인된 고통은 몇백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잊어선 안된다.
끊임없이 당시의 고통을 이야기 해야한다.
다시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를 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임진왜란이 있고 200년 뒤 우리는 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겼다.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 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
놈들에 의한 식민지배는 한 번으로 족하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임진왜란을
다룬 콘텐츠가 나와 눈길을 끈다.
내 오랜 만화 동료인 성주삼 작가가 쓰고 그린 "임진왜란 바다전쟁" 1권이 그 것이다.
부제는 '이순신과 작은 거인들'로 이순신을 비롯
전투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성주삼 작가 작업실에 놀러갔을 때다.
작업실 벽면이 임진왜란 자료로 가득 채워져 있어 놀랐다.
책장엔 내가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임진왜란 관련 책들이 많았다.
스스로를 역사 덕후라 자처하고 있던 나로선 타이틀을 내려놓아야할 판이었다.
성주삼 작가는 내게 벽면의 지도와 연표를 가리키며 임진왜란에 대해 말하였다.
인물 관계도도 보여주었다.
나는 이런 성주삼 작가에게서 나는 뜨거움을 느꼈다.
'열정'!
나는 그의 작업을 응원했다.
지난하기 짝이없는 작업이지만 마침내 해낼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나는 보고 또 보았다.
페이지를 아껴 읽는다는 표현이 있다.
내가 그랬다.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까워 책장을 천천히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흥미진진했다.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휼륭하다.
무엇보다 깨알같은 지식에서 나는 두손 두발 다 들었다.
페이지마다 포스트 잇을 붙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못하더라도 누군가 해주었으면 하는 작업!
그 작업을 성주삼 작가가 해낸 것이다.
작가의 분신을 조금 어려운 말로 페르소나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등장 인물 속에 투영하는 것!
기생충으로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령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감독상등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배우 변희봉님이다.
봉준호 감독 작품 어디서나 등장한다.
장진 감독의 영화엔 정재영 배우가 주인공을 도맡아 한다.
마찬가지로 성주삼 작가의 작품엔 조종말이 등장한다.
전작인 "푸른 노인"에 조종말은 밀정으로 오해받는 독립운동가로 나왔다.
그 조종말이 여기 임진왜란 바다전쟁에도 출연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못생겼지만 은근 정이 가는 캐릭터.
비열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정깊은 사내.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에선 얼마 활동을 하지 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2권이 나와야 그의 활동을 볼 수가 있다.
"임진왜란 바다전쟁"은 총 7권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이제 1권이 나왔으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하다보면 어느새 2권이 나오고 3권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동료로서 아니 그보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2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 안에 담길 성주삼 작가의 페르소나인 조종말의 활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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