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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업보

by 만선생~ 2024. 1. 29.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버스 안에는 단체 회원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두어 구비만 넘으면 MT 장소에 도착하리라.
모처럼 맛보는 한가로움...
그 때다.
 
"어!"
 
차창너머로 시커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연기 아래엔 불길이 바람을 타고 번졌다.
산불이었다.
 
"장관이네"
 
"아니 이 놈의 영감이"
 
무심코 뱉은 나의 말에 앞자리에 있던 후배가 혀를 차며 바라보았다.
아차 싶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행히 불은 소방헬기가 와 진화되는 듯 했다.
그날 지역뉴스에도 나오지 않은 걸 보면 큰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따지고보면 불구경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
시각적으로 강렬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산불은 분명 안타깝고 일어나선 안되지만 좀처럼 볼 수없는 눈요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말을 해선 안되었다.
그 때만이 아니다.
살면서 적절치 못한 말들을 하고 후회를 해왔다.
공감능력의 결여에서 오는 것도 있고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업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들이 모여 결국 나를 벌하리라.
이 생에서가 아닌 다음 생에서라도.

201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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