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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by 만선생~ 2024. 3. 25.

 
차에서 내리기 싫어 한 시간 가까이 그대로 있다.
좀 춥긴하지만 나가기가 싫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더 그렇다.
후두둑 후두둑...
차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좋다.
어린시절 처마밑에 떨어지던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일이 생각난다.
어른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영원히 그 시간이 지속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살같이 흘러 중년의 나이가 돼 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보다도 오래살았다.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자기만의 공간이다.
그 것이 차 속이어도 좋고 창고 안이어도 좋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하루 중 자기만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관계에 치여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눈을 뜬다.
분주한 일상이 시작된다.
그런 면에서 자유직업인인 나는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산다.
지금처럼 비가 올 때 차 안에 누워 마냥
빗소리를 듣고.있어도 되니 말이다.
애물단지나 다름없는 차가 이럴 땐 퍽이나 유용하다.
생산적인 일을 전혀 하지 않으므로서 느끼는 이 충만한 감정을
어디에서 맛볼 것인가?
하지만 마냥 있지는 못할 것 같다.
방광에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으니.
비는 아직도 계속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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